3일 오전 10시 부산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 안 '신세계 센텀시티점' 1층 입구.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도 이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선 사람들이 300~400m는 늘어서 있었다. 신세계롯데백화점 센텀점을 지나 지하철 2호선 센텀시티역 6번 출구 앞까지 구불구불 장사진을 이뤘다. 테너와 소프라노의 노래 등 개점식 행사가 끝나지 않아 백화점이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같은 시각. 백화점 지하 2층 입구. 지하철 센텀시티역에서 내린 사람들이 500~600m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 있었다. 3개의 진입구별로 3개의 사람 줄이 길다란 실타래를 이루고 있었다. 지하철 센텀시티역 김선구(52) 역장은 "오전 8시부터 사람들이 기다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시간 이상 기다린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식품매장·문화센터 최대 규모

오전 10시30분쯤 입장이 시작됐다. 1층 입구로 들어서자 '조르지오 아르마니' '루이비통' 등의 명품 브랜드 숍이 눈에 들어왔다. 실내 인테리어 등의 고급스러움이 확 느껴졌다. 매장 규모가 넓다 못해 어마어마했다. 화장실도 다른 백화점에 비해 1.5배쯤 컸다.

국내 최대 규모 복합쇼핑센터인 신세계 부산 센텀시티점이 문을 연 3일 오전 수많은 쇼핑객이 매장으로 몰리고 있다.

쏟아지는 각종 기록들=일단 규모면에서 압도한다. 매장 면적은 12만5620㎡(3만8000평)이다. 종전 국내 최대였던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과 에비뉴엘, 영플라자로 구성된 롯데타운(7만7524㎡)의 1.63배다.

1층 바닥 면적만 가로 250m, 세로 70m에 달한다. 1층엔 9층까지 위가 뻥 뚫린 중앙 회랑 2곳이 있고 그 광장은 소파 등을 갖춘 고객 휴식 공간으로 꾸며졌다. 물건 파는 백화점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다.

지하 1층의 식품매장(1만6100㎡, 4900평)이나 문화홀(493㎡, 408석), 500개의 강좌를 자랑하는 문화센터 등도 국내 유통업계 중 최대다. 부산에 '빨간색 팬티 열풍'을 불게 했다는 것도 기록 중 하나다. 개점하는 백화점에서 빨간 색 팬티를 사면 좋은 일이 있다는 '속설' 탓에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북구 만덕동에서 온 김영순(여·57)씨는 "붉은색 팬티를 열장쯤 사서 친지들에게 선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53·연제구 거제동)씨는 "처형에게서 신세계서 산 붉은색 팬티를 선물받았다"고 했다. 지난 1~2일 VIP 대상 사전 개장과 이날 신세계 센텀시티점에서 팔아치운 비너스·와코루·비비안 등 붉은 팬티는 7억원을 넘는다. 신세계측은 이 물량을 대기 위해 전국 각 점포의 붉은색 팬티들을 부산으로 결집시켰다.

이 밖에 부산만이 아니라 전국, 나아가 동북아 상권을 겨냥한 백화점이란 점도 남다르다. 신세계측은 백화점 등 쇼핑에다 스파·피트니스·골프 등 웰빙과 엔터테인먼트를 더한 '세계 최초'의 복합쇼핑몰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 상권 지도 대변동='신세계 센텀시티점' 개점으로 부산지역 상권의 중심은 해운대로 옮아왔다.

우선, 센텀시티 안에 신세계 외에 롯데백화점과 홈플러스가 몰려 있다. 그 인근엔 블루시티 앞 '홈플러스', 해운대신시가지 '이마트', '2001 아울렛'이 포진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개점식 날 매출액 50억원 이상을 올린 것을 비롯, 1~3일 사흘간 90억원어치를 판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측은 "각 매장 개점 매출액 기록 중 최대"라며 "개점일 고객 수도 13만~15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부산이 '명품' '고급'의 메카로 부상할 모멘텀을 마련했다는 점도 의미있는 일로 지역 유통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핸드백·구두·옷 등 특정 장르의 상품만 취급하는 게 아니라 명품 브랜드의 전 품목을 파는 에르메스·샤넬·구찌·프라다 등 7대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비롯, 매장 1, 2층에 모두 44개 명품 브랜드를 갖추고 있다. 특히 이들 각 브랜드는 대개 규모나 시설 면에서 국내 최대급을 자랑한다. 명품시계 브랜드 '롤렉스'의 공식 판매점인 명보사도 현대백화점과 광복동 매장을 통합해 신세계 센텀시티점으로 옮겼다.

부산, ‘명품’의 메카로 부상

롯데백화점 센텀점도 30여개 명품 브랜드 매장이 입점한 데다 오는 6일 '에트로'가 오픈하는 것을 시작으로 4월 중 '버버리' '폴 스미스' '디올 옴므' 등이 잇따라 들어서는 등 올해 내로 명품 브랜드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해운대해수욕장의 파라다이스호텔 면세점에도 명품 브랜드들이 다수 입점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