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의 남자'로 불릴 만큼 김정일 '코드'만을 따르는 김영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인민무력부장으로 내정됐다. 그가 군부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북한 내부의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김정일 중병설과 후계구도 문제도 있지만 경제난으로 군대의 존립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최근 1990년대 중반의 대아사(大餓死)와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탈북한 한 군인출신은 "지금 북한 곳곳에서 탈영병이 속출하고 배고픈 군인들이 민가를 약탈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대별로 '강영실 중대' (강한 영양실조 군대의 약자)가 운영되고 있고 여론 악화 때문에 영양실조에 걸린 군인들을 귀가시키지 못한 채 방치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심각한 군부 반란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도 했다.

사단장 이상 장령급(장성) 군인들은 5분 단위로 5개 부서에서 동시에 동선(動線)이 김정일에게 보고될 정도로 감시받고 있다. 언제 어디서 반란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급격한 경제난을 겪으면서 북한 내부, 특히 군부에서 크고 작은 반(反) 김정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04년 평북 용천 폭발사건은 강력한 반 김정일 세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건이다. 북한에서 김정일의 움직임은 호위부대에도 비밀에 부쳐질 만큼 극비다. 모든 동선은 2중 3중의 철통경비 속에 반경 5㎞ 이내는 모든 폭발물 검사가 이뤄진다.

그런데 김정일이 지나가는 기차역에 폭발물이 설치된 것이다. 최근 입국한 한 고위탈북자는 "용천사고는 군내에 무시할 수 없는 반 김정일 세력이 존재하는 증거"라고 말했다. 군 보위사령부는 20여명의 용의자를 체포해 고문을 통한 자백을 받아내려고 했지만 반정부 세력의 실체를 밝혀내지 못했다.

1996년 초에도 김정일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대형 사건이 발생했다. 함남에 주둔하던 6군단 반란이 그것이다. 북한 당국은 이 사건을 군(軍)간부들의 뇌물과 부화(섹스 스캔들)사건으로 치부하지만 수백명의 고위군인이 처형될 만큼 상황이 심각했다.

인민군 군관(장교)출신 탈북자는 "남조선 정보기관과 연계돼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인 군단 사령부 전체가 이 사건 이후 반역자로 전락했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일의 지시가 군단 내에서 집행되지 않고 주요 간부들이 중국식 개혁개방만이 살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6군단 사건은 말단 군 보위부 요원의 집요한 문제 제기로 중앙에 보고돼 일망타진된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그 요원은 군단 내 분위기가 김정일은 안중에도 없고 반정부적이라는 이상 징후를 느꼈다. 이를 상급 보위부에 보고했으나 계속 묵살되자 그는 보고 절차를 무시하고 중앙에 직접 보고했다. 이후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정일에게도 직보(直報)된 이후 당시 군(軍)보위사령관 원응희와 김영춘 등이 특수부대를 은밀히 이동시켜 군단지휘부를 장악하면서 소위 반역자들의 음모는 저지됐다. 김정일은 이들을 처절하게 응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목격자는 "장성급 고급군인들을 모두 옷을 벗긴 채 손발을 뒤로 묶어서 냉동차에 돼지를 잡아 걸듯 매달아서 실어갔다"고 말했다. 군단장과 군단 정치위원, 보위부장 등 핵심 간부들은 모두 내부 처형됐다고 한다. 군 장교 수백명이 처형되거나 수용소로 가족까지 압송됐다.

그 이후 6군단 전체가 해체돼 부대는 각각 다른 군단에 편입됐고 6군단 출신 군관들은 모두 한직에 내몰렸다고 한다. 6군단 사건 이전에도 크고 작은 군 반란사건들이 발생했다.

1992~1993년에도 구 소련 군사아카데미 출신 장성 11명이 쿠데타를 꾸미다가 적발돼 처형됐다. 내부적으로는 구 소련 KGB와 연계돼 기밀을 해외로 유출한 혐의를 받았지만 심각한 반정부 음모가 적발됐다고 한다. 군관 출신 탈북자 차성주씨는 "그들은 인민군 내의 엘리트들인데 이런 사람들과 김정일은 상극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김정일은 절대로 머리 좋은 사람을 군 최고 수장으로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머리 좋은 사람들은 자꾸 딴마음을 품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 군의 최고 수장이 되는 가장 우선적인 조건은 두뇌보다는 충성심이다. 참모로는 고급 두뇌들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북한의 군부는 반정부적인 성향이 가장 강하고 서구 지향적인 북한의 386세대가 중간급 요직을 장악하기 시작해 내부 반발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