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모 사단 김모 상병은 보급품으로 나오는 비누나 치약·세탁비누를 거의 쓰지 않는다. 대신 개인 돈으로 산 클렌징 폼이나 샴푸·고급 면도기 등을 세면가방에 넣어 쓴다. 세탁은 소대마다 있는 드럼세탁기에 500원을 넣고 해결한다. 김 상병 같은 병사들이 90년대 이후 대폭 늘면서 군용 생필품 중 일부는 보급하자마자 재고로 쌓이기 일쑤였다.

결국 군(軍)은 세숫비누와 세탁비누·치약·칫솔·구두약·면도날 등 6개 품목에 대해 오는 7월부터 "돈을 줄 테니 직접 사서 쓰라"고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연간 병사 1인당 6개 품목 보급량은 세숫비누 13개·세탁비누 5개·치약 8개·칫솔 6개·구두약 12개·면도날 24개. 국방부는 "이 중 상당량이 소비되지 않고 그대로 쌓여왔다"며 "이번 조치로 연간 15억원 상당의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6개 품목 구입비로 지급하는 돈이 월 1380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병사들은 앞으로 충성마트나 충성클럽(부대매점·PX) 등에서 물건을 사야 하는데, 이 돈으로는 세숫비누와 칫솔 하나 사면 끝이다. 현재 충성마트 기준으로 세숫비누는 570~2500원, 세탁비누 180~310원, 치약 900~2800원, 칫솔 880~1970원, 구두약 400~890원 등이다. 때문에 "돈 없는 사병들은 어쩌란 말이냐"는 불평이 나올 만한 상황인 것이다.

국방부 자체 조사로도 6개 품목을 사 쓰려면 월평균 4010원이 드는 것으로 나와 있다. 국방부는 부족한 예산은 나중에 확보해서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방부는 "사병 월급이 지난해 6000원 올라 어느 정도 예산 부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제(私製) 생필품을 쓰는 사병들이 많아 군 보급품이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