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 베스트셀러, TV의 황금시간대, 인기 검정시험. 최근 일본에서 이 세 분야의 공통 테마는 '한자(漢字)'다.

지난달 26일부터 2월1일까지 일본 최대 서점인 기노쿠니야(紀伊國屋) 신주쿠(新宿)점의 베스트셀러 1위는 '읽을 수 있을 듯하지만 읽을 수 없는 틀리기 쉬운 한자'. 발간 1년 만에 40만부가 나가면서, 버락 오바마 신임 미국 대통령 관련 도서들을 2,3위로 밀어냈다.

같은 기간, 일본 방송의 시청률 순위. 한자 퀴즈가 중심인 '퀴즈 헥사곤2'가 19.4%의 높은 시청률로 오락 프로그램 시청률 순위 3위에 올랐다. 이 방송은 인기 민영방송인 후지TV의 수요일 오후 7시에 방송된다. 한자 퀴즈로 경쟁하는 아사히TV의 프로그램 'Q사마!!'는 월요일 오후 8시. 모두 황금시간대다.

9일 일본 문부성이 이례적으로 일본한자능력검정협회를 전격 수색했다. '재단의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많은 돈을 벌어 엉뚱한 곳에 사용했다'는 것이 이유다.

자금을 유용할 정도로 돈을 번 것은 검정시험 응시자가 급증했기 때문. 지난 2000년 157만명이던 응시자가 2007년 271만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일본 언론이 "도요타도 적자를 내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돈 버는 곳"이라고 평할 정도다.

이 같은 한자 붐은 노인층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고령화에 따라 급증한 노인들이 인지증(認知症·치매)을 예방하기 위한 방편으로 한자 낱말 맞추기에 열중하기 시작했다는 것. 고령화에 따라 일본의 65세 이상 인지증 환자는 170만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대학과 고교가 입시에서 한자 실력을 중시하면서 청소년들의 가세도 이어졌다. 현재 일본 대학 492곳, 고교 399곳이 입시에서 한자검정시험 합격자에게 가산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