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가 10년 전부터 경영대학원 순위를 발표한 이래 처음으로 유럽의 경영대학원인 런던비즈니스스쿨(LBS)이 미국의 와튼스쿨과 함께 1위를 차지했다.

FT 1월 26일 보도

FT가 발표한 세계 20대 경영대학원에 포함된 마드리드의 IE(Instituto de Empresa·6위), 바르셀로나의 IESE(Instituto de Estudios Superiores de la Empresa·12위)와 에사데(ESADE·18위)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스페인의 3대 명문 경영대학원이다.

마드리드에 있는 IE경영대학원 학생들. 최근 IE 학생 287명의 국적을 분석해보니55개국이었다. IE는 더 다양한 학생들을 모집하기 위해 싱가포르ㆍ두바이ㆍ베를린ㆍ리스본에도 입학 사무실을 열었다.

IESE와 IE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의 조사기관 EIU가 2008년 선정한 세계 100대 경영대학원에서도 2위, 10위를 차지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007년 ESADE를 세계 최고 경영대학원으로 선정했다. 3개 대학원은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비(非)미국지역 경영대학원 10위권 안에도 늘 포함된다.

스페인은 유럽의 경영대학원 교육에서 영국과 선두 다툼을 벌이는 유일한 나라다. 1980년대 해외 투자가 늘면서 MBA(경영학 석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경영대학원 교육을 강화한 결과다. 경제력은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이 높지만 MBA 교육에선 스페인에 뒤진다.

MBA 교육에서 스페인이 강세를 보이는 첫째 이유는 언어다. 스페인의 경영대학원들은 영어와 스페인어를 다 할 줄 아는 MBA를 키워낸다. 첫해는 영어, 둘째 해엔 최소 두 과목을 스페인어로 듣게 한다. 스페인어는 영어 다음으로 비즈니스에서 많이 쓰인다. 인구 규모로는 중국어가 앞서지만 국가 수로 보면 스페인어가 사용권이 더 많다. 스페인어를 할 줄 알면 5억 인구를 가진 중남미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스페인 경영대학원은 영미권 MBA 코스보다 더 국제적이다. IE, IESE, ESADE의 외국인 학생비율은 80%에 달한다. 영국의 경영대학원에 북미와 아시아 학생들이 많은 데 비해 스페인의 경영대학원에는 북미, 아시아뿐 아니라 남미와 동유럽 출신까지 인종·문화적으로 더 다양하다. 한마디로 다국적 네트워크를 갖출 수 있는 것이다.

스페인 3대 경영대학원의 명성은 졸업생들의 취업과 보수로 증명됐다. 2007년 IESE의 졸업생 96%가 졸업 후 3개월 내에 취업했고 평균 연봉이 14만2000달러였다. 2008년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IE 출신들이 졸업 후 취업해 받은 연봉은 MBA 취득 전보다 약 9만6500달러가 더 많아 세계 최고였다. 미국의 MIT, 하버드, 예일 MBA들은 학위 취득 전보다 약 4만6000달러를 더 벌었다. IE 출신들은 MBA 취득 후 더 받게 된 연봉으로 1.57년이면 대학원 학비를 다 갚을 수 있었다. 반면 미국의 하버드대는 7년, 스탠퍼드대는 6년이 넘게 걸렸다.

스페인에서 공부하면 미국에서 유학하는 것보다 등록금과 생활비도 적게 든다. 미국 MBA 과정은 2년이지만 스페인의 MBA는 18개월 안팎이기 때문이다. MBA 과정을 마치는 데 들어간 비용이 IE는 2008년 기준으로 15만달러였고 IESE는 약 22만달러였다.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는 30만달러였다.

미국 MBA가 너무 흔해진 것도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MBA가 강세를 보인 이유가 됐다. 최근 유럽 경영대학원들은 사회 봉사, 개인적인 진로 지도, 인문학 강의 등을 포함시켜 차별화를 시도 중이다. 미국식 MBA에 식상해 더 창의적인 인재를 찾는 기업들이 이렇게 색다른 교육을 받은 인재들을 더 뽑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