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의 미니앨범에 수록된 노래 '지(Gee)'가 큰 인기를 끌면서 그 안무(사진)도 화제다. 예쁜 소녀들이 가랑이를 쫙쫙 벌리는 개다리 춤을 추는 게 이색적인 것이다.

정확히 말해 소녀시대가 추는 춤은 '개(Dog·犬)'다리가 아닌 '게(Crab·蟹)'다리 춤이다. 개다리 춤은 발뒤꿈치를 들고 제자리에서 다리를 흔드는 동작을 핵심으로 한다. 반면 게다리 춤은 다리를 벌리는 것이 개다리 춤과 비슷하지만 주안점이 자리이동에 있다.

9명이나 되는 소녀시대 멤버들이 무대 위에서 움직일 때 재미있게 보이기 위해 다리 동작을 첨가한 것이다. 팬들이 소녀시대 '게'다리 춤을 '개'다리 춤으로 혼동하는 것은 개다리 춤이 그만큼 널리 알려져 있고 폭소를 자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미 인턴기자(고려대 사회학과 4년) 원로 코미디언 배삼룡씨가 남기남 감독의 영화‘철부지’(1984)에서‘개다리 춤’을 추는 장면(사진 왼쪽). 사진 오른쪽은 서울 압구 정동의 한 댄스학원에서 연습생들이 시범을 보이는 모습. 이 춤이 스윙 댄스의 한 부분에서 유래됐다는 시각도 있다

개다리 춤은 코믹 막춤의 고전이다. 넋 나간 표정으로 손을 늘어뜨린 채로 다리를 떠는 이 춤의 원조는 원로 코미디언 배삼룡(裵三龍)씨로 알려져 있다. 배씨는 1970년대 각종 코미디 쇼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개다리 춤을 자신의 전매특허로 만들었다.

배씨의 영향으로 전국에 개다리 춤 따라하기 열풍도 불었다. 당시 중·고교 생이었던 지금의 40~50대 중년에게 이 춤이 큰 인기였다. 이천봉(56)씨는 "그때는 장기자랑만 했다 하면 다들 개다리 춤을 췄다. 지금도 동창회 모임에서 흥이 나면 개다리 춤을 추는 친구들이 있다"고 했다.

이후 개다리 춤은 90년대에는 김정렬의 '숭구리당당 춤', TV 오락프로그램에서 최수종이 춘 막춤 등 연예인들이 그 모습을 조금씩 변형해가면서 명맥을 이어왔다. 작년에는 엽기 코믹 이미지를 내세운 노라조 밴드의 멤버 조빈이 해피 송이라는 곡에서 개다리 춤을 선보였다.

개다리 춤은 엄연한 댄스다. 두 손을 양 무릎에 대고 까치발을 든 채 벌린 다리를 모으는 순간 두 손을 다른 무릎으로 교차시키는 동작을 반복하는 춤이 개다리 춤을 대표하는 댄스다.

영화 '고고 70' '모던 보이' 등의 춤을 연출했던 안무 감독 곽용근씨는 "개다리 춤은 알고 보면 매우 기본적인 춤 동작이다. 춤은 춤추는 이의 느낌과 의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개다리 춤에서 웃음 요소를 극대화시키면 코미디가 되고 음악적 비트 감을 살리면 훌륭한 춤 동작이 된다"고 했다.

구체적인 장르로 따지면 개다리 춤은 스윙(Swing)에 해당한다는 시각이 있다. 스윙이란 재즈음악에서 나온 용어로 발이나 상체를 흔들어 전후 좌우로 움직이거나 회전하는 댄스다.

193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미국에서 유행한 이 춤은 경쾌하고 빠른 동작이 특징이다. 완전한 형태로의 스윙댄스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2000년 이후지만 댄스로서의 개다리 춤의 원형은 1970년대 여 가수들로부터 찾아볼 수 있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함께 몸을 흔들어댔던 당대의 디바 김추자와 김정미는 통바지, 나팔바지의 넓은 바지 자락 안에서 다리와 엉덩이를 흔들며 개다리 춤을 연상케 하는 댄스를 선보였다. 여자가 다리를 벌려 흔드는 춤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아직까지도 개다리 춤은 주목을 끌거나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려는 경우를 제외하면 여자 연예인에게는 파격적인 춤이다.

개다리 춤은 세대를 막론하고 전 국민에게 친숙하다. 영화 '철부지'(1984)에서 배삼룡과 함께 개다리 춤을 추었던 개그맨 임하룡은 "개다리 춤이 인기 있는 이유는 우스꽝스럽고 귀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 하기 쉽다는 점도 있다. 안무 감독 곽씨는 "신체 중에서 가장 빠르고 쉽게 움직일 수 있는 부위가 다리다. 다리만 떨면 되기 때문에 아이들도 따라 하기가 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