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19세기 생물학자 찰스 다윈(Darwin·1809~1882)의 탄생 200주년과 《종의 기원》출간 150주년을 맞는 해다. 다윈의 진화론을 다양한 학문의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국내 학자들의 모임 '다윈 포럼'이 '다윈이 돌아왔다' 시리즈를 주간 연재한다. 지난 1일자의 첫 회 '21세기에 되살아나는 다윈'에 이어 제2회 '다윈과 경제'를 싣는다.

다윈과 경제: 경제 위기의 순간에 다윈을 찾다 

세계경제가 위기다. 서브프라임 부실의 충격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침체의 나락에 빠져들고 있다. 그냥 놔두면 시장경제는 알아서 잘 작동할 것이라던 믿음이 깨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많은 경제학자들이 놀라며 당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몸담고 있는 경제에서 위기와 급변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1929년 대공황 이래 지난 세기에만 우리는 세계경제의 위기상황을 이미 여러 차례 겪었다. 문제는 기존의 경제학이 이러한 경제현실을 설명하는 데 너무나도 무력하다는 것이다. 그 훌륭한 경제학자 중 누구도 이들 사태를 예상하지도 못했고 그들의 경제 원리를 가지고 이를 충분히 설명하지도 못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조안 로빈슨은 1970년대 세계경제가 오일쇼크로 인한 위기에 빠져들었을 때 '경제학의 위기'를 외쳤는데 30여년 만에 또다시 경제학의 위기가 도래한 것이다.

◆균형에 관한 헛된 믿음을 버려라

기존 신고전파 경제학이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근본이유는 그것이 뉴턴 역학에 입각한 기계론적 패러다임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고전파 경제학은 '뉴턴표(標)' 경제학이라고 불릴 정도로 뉴턴 역학의 체계를 차용하고 있다. 이는 균형을 정상상태로 생각한다. 경제는 스스로 조절하며 마찰 없이 돌아가는 '자동제어장치' 같아서 항상 균형 상태에 있으며, 외부 충격에 의해 균형에서 벗어나더라도 상쇄하는 힘의 작용에 의해 다시 균형으로 회귀한다. 이러한 세계에서는 내생적인 불안정성이나 급격한 변화가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경제현실은 경제학이 그리는 세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왔다. '다양성의 확대와 새로운 것의 끊임없는 출현', '예상치 못한 변화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격변의 소용돌이',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몸담고 있는 경제 현실이다. '뉴턴표' 경제학으로는 이러한 현실을 설명할 수 없다. 이제 경제학은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변화를 정상 상태로 하는 경제학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오늘의 경제현실을 보면서 다윈을 다시 찾는 이유이다.

금융 위기의 충격에 사로잡힌 뉴욕증권거래소에 눈보라가 몰아쳤다. 다윈주의자들은 경제 위기의 원인을 진화경제학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슘페터, 베블렌이 생각한 경제 속의 진화

다윈은 변이와 선별, 이 두 가지 간단한 개념의 결합을 통해 진화의 메커니즘을 밝혔다. 비록 다윈은 자신의 개념을 생물의 진화에 적용하였지만 이 원리는 생물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 개념을 확장하면 세계의 보편적인 변화 원리가 될 수 있으며 경제에도 훌륭히 적용될 수 있다. 《부의 기원》(2007)을 쓴 바인하커(E. Beinhocker)는 진화야말로 "세계의 모든 질서, 복잡성, 그리고 다양성을 설명해 주는 공식"이라고 하였다.

경제현실에서 변이는 새로움의 지속적 창출을 의미하고 선별은 변화의 누적적 증폭 과정을 의미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경제의 내생적 변화는 새로운 것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이것이 누적적 증폭 과정을 통해 확산됨으로써 나타나는 것이다. '창조적 파괴'를 강조한 슘페터나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누적적 변화'를 강조한 베블렌 등은 진화론적 관점을 경제학에 도입하려고 노력했던 20세기 초의 경제학자들이었다.

◆경제는 두려움 때문에 진화한다?

금번 경제위기도 진화 패러다임으로 이해가 가능하다. 이는 작은 국지적 요동이 누적적 증폭과정을 통해 확산된 것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대출자의 연체가 금융기관의 연쇄적인 부실로 이어졌다. 금융기관의 대출 중단과 회수는 자산의 가격을 떨어뜨리고 이것이 자금 사정을 악화시켜 대출 중단 및 회수 행동을 더욱 강화시킨다. 가계와 기업 역시 지출을 줄이면 고용과 이윤을 감소시키고 이것이 다시 지출 축소 행동을 더욱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야말로 두려움이 현실을 악화시키고 그것이 다시 두려움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한쪽 방향으로 선별이 일어나 그것을 확산시킴으로써 글로벌 경제위기가 초래된 것이다.

경제는 갈수록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급변이 빈발하고 있다. '뉴턴표' 경제학은 이제 그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진화론이야말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를 설명하는 적합한 패러다임이다. 이것이 경제위기의 순간에 다윈을 찾는 이유이다. 이제는 경제학의 기초에 진화론이 들어와야 한다. '다윈표' 경제학이 부상할 때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