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선일보 DB

프랑스 농공학자이자 올바른 먹거리를 위한 소비자단체 '청백심장소비자조합' 대표인 저자는 "당신이 뚱뚱한 건 당신만의 책임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비만이 개인의 자제력 부족과 탐식 때문만은 아니란 것이다.

저자는 비만의 원인을 유전자에서 찾는다. 선사시대 인류는 사냥과 채집을 통해 힘들게 식량을 구했다. 따뜻한 철에는 산과 들에 식량이 풍성했지만, 추운 겨울이면 굶어 죽는 경우도 흔했다. 인류는 식량이 풍부할 때 가능한 한 많은 영양소를 몸에 비축하는 유전자를 갖게 됐다. 이 영양소가 현대인이 그토록 싫어하는 지방이다.

현대 인류는 기술 발달과 생산성 증대로 언제나 풍부한 음식을 구할 수 있다. 사냥과 농사처럼 에너지 소비가 많은 활동은 줄었지만, 음식은 오히려 더 기름지고 열량이 높아졌다. 하지만 에너지를 몸에 비축하는 유전자는 바뀌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과잉 영양과 이를 처리하지 못하는 우리의 몸 사이 불균형이 비만의 원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영양 불균형도 문제다. 지방을 비축하는 오메가6와 지방을 연소하는 오메가3의 이상적 비율은 5대1이지만, 오늘날 인류는 오메가6를 오메가3보다 평균 20배 더 섭취하고 있다. 40년 전만 해도 소·돼지·닭의 오메가6와 오메가3의 비율이 2대1이었지만, 옥수수와 콩처럼 오메가6가 풍부한 사료를 거의 전적으로 먹여 기르면서 비율은 10대1까지 변화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오메가6 과잉섭취는 현대식 사육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비만은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1998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을 전염병으로 규정했을 정도다. 영양학자들이 앞다퉈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저자는 비만 해결책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동물성 지방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심혈관성 질환을 초래한다'는 학계 보고를 대표적 예로 든다. 소비자는 버터 따위의 동물성 기름 대신 식물성 기름을 선택했고, 요즘 음식에 사용하는 기름 중 상당 부분을 값싼 팜유가 차지했다. 하지만 포화지방 중에서도 가장 해롭다고 알려진 팔미트산이 버터에 30% 함유됐다면, 팜유에는 50%로 훨씬 더 많다. 맛을 더 좋게 하려고 수소를 첨가한 팜유는 동맥경화와 심장병을 유발한다는 트랜스지방으로 변한다. '동물성 기름은 나쁘고, 식물성 기름은 좋다'는 흑백논리가 건강에 해를 끼친 셈이다.

'맛있는 음식은 건강에 해롭고, 맛없는 음식이 몸에 좋다'는 흑백논리도 식생활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맛있는 식사를 하는 즐거움이 동반되지 않는 한 섭생 변화는 결코 오래갈 수 없다"면서 "식사를 통해 다양한 즐거움을 얻을 때에 식생활방식을 바꿀 수도 있고 군것질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쾌락을 추구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미식(美食)의 나라 프랑스 영양학자다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