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사무처가 국회 본회의장과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을 점거중인 민주당을 해산시키려 했지만 1차 실패했다.

국회사무처 소속 경위 60여 명과 방호원 등 약 100명은 3일 오후 12시 50분쯤 국회 로텐더홀에 진을 친 야당 의원과 보좌진, 당직자 100여 명에 대한 해산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난투극에 가까운 극심한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하지만 민주당과 민노당 의원·당직자들 약 200명이 격렬히 저항하는 바람에 오후 1시30분 현재 해산에 실패하고 해산 작업을 일단 중단한 상태다. 해산 작업에 실패한 경위와 방호원들은 로텐더홀에서 민주당 측 의원·당직자들과 마주앉아 있는 상태다. 언제든 해산 작업이 재개되고 충돌이 재연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민주당과 민노당은 국회 직원들과 마주앉아 “(국회의장)김형오는 사퇴하라” “(국회사무총장)박계동은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연좌 시위에 들어갔다. 마주 대치한 국회 직원들은 이들을 그저 바라만 보며 앉아있을 뿐 즉각적인 2단계 조치에는 나서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 본청 주변은 국회경비대에 의해 완전히 봉쇄된 채 의원들과 보도진의 출입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경비대 관계자는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 등 일체의 당직자를 포함한 외부인을 통제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뿐 그 외 상황은 모른다”고 했다. 이에 따라 충돌 현장에 들어가려는 민주당 당직자들과 국회경비대 사이에 충돌이 본청 건물 밖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야간 대화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장이 주말을 이용해 이같은 무력을 동원한 것은 신사협정 위반”이라며 “국회의장실을 다시 점거하고 격렬한 투쟁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고위당직자는 “우리도 국회 측의 조치에 대하 통보받은 적이 없다”면서 “의원들에 대해서도 ‘주말에는 별 일 없을테니 지역구 활동을 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법률 강행통과 시도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점거 상태인 상대 당을 강제해산시키고 곧바로 직권상정을 통해 법안들을 통과시켰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한나라당은 자신들과 민주당이 직접 충돌할 경우 여론이 어떻게 돌아갈지 모른다고 우려해 자신들이 직접 몸싸움에 나서지는 않는다는 전략이다.

‘여당 대 야당’이 부딪치는 장면이 아니라, ‘공권력 집행에 반항하는 야당’이라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지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강제해산 시도에 대해도 한나라당은 국회 측과의 사전 협의된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한나라당 출신인 김형오 의장이나 박계동 국회사무총장 등과의 논의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