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가 장악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Gaza) 지구에 대해 28일 이틀째 대규모 공습을 해, 280명 이상이 숨지고 800여명이 다쳤다.

또 부상자 중 140여명은 생명이 위독하지만 공습이 계속되고 있어, 사망자 수는 훨씬 늘어날 전망이라고 AP·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27일 하루에만 공습으로 가자에서 227명이 숨졌다. 이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래 1일 팔레스타인 사망자 수로선 사상 최대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막대한 공습 피해를 겪자, 아랍권은 반(反)이스라엘 여론으로 들끓고 있다.

9시간 만에 폭탄 100t 퍼부어

27일 오전 11시30분(현지시각)부터 수분 동안 60여대의 이스라엘 F-16 전투기가 가자 지구 내 50여 곳의 타깃에 미사일과 폭탄 100발을 퍼부었다. 이틀간 타격 목표물엔 하마스 보안시설과 훈련 캠프 등 230여곳이 포함됐다. BBC방송은 "공격 시작 뒤 첫 9시간 동안 가자 지구에 투하된 폭탄이 100t을 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또 가자 지구 인근에 탱크를 앞세운 기갑부대와 수백 명 병력을 전진배치하고, 지상 작전에 대비하고 있다. 시리아에 망명 중인 하마스 전체 지도자인 칼레드 마샬(Mashaal)은 27일 "자폭 테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군사적 '인티파다(intifada·봉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28일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하늘 위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틀째 가자 지구 내 하마스의 군사시설물을 맹폭했다.

6개월간의 휴전 깨져

이번 공격은 사실 예견된 것이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 6월 이집트의 중재로 6개월간 간헐적인 충돌에도 불구하고 휴전이 이뤄졌지만, 이는 지난 19일로 만료됐다. 이후 하마스는 지난 24일에만 로켓 80여 발을 이스라엘 남부에 발사했고, 익명의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지난 한 주 동안 이스라엘 영토에 떨어진 로켓탄이 300여 발에 달한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이스라엘은 2005년 가자 지구에 세워졌던 유대인 정착촌을 철거하고 이스라엘 주둔군을 전면 철수했지만,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은 오히려 가자 지구를 이스라엘 공격의 발판으로 삼았다. 특히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하마스가 작년 6월 이후 라이벌 정파인 파타 당을 무력으로 몰아내고 가자 지구를 장악한 이래, 25만명이 퍼져 사는 인근 유대인 정착촌 등을 향해 로켓탄 공격을 계속했다.

유혈사태 장기화할 듯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은 내년 2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집권 중도 우파 카디마 당이 지지율 열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뤄졌다. 그래서 유권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려는 정치적 이유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집권 연정을 이끄는 카디마당의 당수인 치피 리브니(Livni) 외무장관은 27일 공습 개시 후 "군사작전 외에 다른 선택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예비군 6500명 소집령을 내리고, 가자 지구 인근에 지상군 병력과 탱크를 배치하며 지상전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로이터 통신 등은 "대규모 군사작전만으로는 로켓 공격을 중단시킬 수 없으며, 오히려 하마스를 희생자로 만들어 정치적 입지만 강화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콘돌리자 라이스(Rice)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유혈 참사가 "휴전을 깬 하마스의 책임"이라고 했지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유럽연합·러시아·영국 및 주변 아랍국들은 양측에 자제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