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최대 섬이자 한적한 어촌(漁村) 마을이었던 강서구 가덕도(加德島)가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대변신을 하고 있다.

22.5㎢(681만평)의 면적에 1249가구(3312명)가 살고 있는 가덕도는 더 이상 섬도, 오지 어촌도 아니다. 부산항 신항, 부산~거제 간 연결도로(부산~거제 간을 잇는 일명 거가대교) 기·종점, 세계적 종합 관광휴양지,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 대규모 항만에다 공항, 그리고 대규모 관광휴양지까지 '부산의 홍콩'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더 이상 섬이 아니다

24일 부산 강서구 송정동 부산항 신항의 ㈜부산신항만 서측. 부두 안벽 쪽에 줄지어 선 거대한 컨테이너 크레인들과 울긋불긋 컨테이너들이 눈에 들어왔다. 신항 북컨테이너 부두 끝(강서구)과 신항 남컨테이너 부두 끝(가덕도)을 'ㄷ'자 형태로 이어주는 2~4차로 너비의 도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바다를 가로 질러 이들 두 부두를 연결하는 도로는 길이 1.3㎞. 이를 통해 가덕도는 뭍과 이어져 있었다.

지난 5월 만들어진 이 도로로 가덕도 선창마을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차로 1~2분 남짓. 걸어서 15분쯤이다. 종전엔 뭍에서 가덕도로 가려면 녹산공단·진해 안골 선착장 등에서 1~2시간 간격으로 오가는 도선을 타야 했다. 가덕도의 행정동 명칭인 천가동 주민자치센터 남상승(48) 사무장은 "연륙도로가 생기면서 수백 수천년 만에 처음으로 뭍과 직접 연결됐다"며 "이 연륙도로 외에도 공사 중인 녹산공단~가덕도 눌차 간 가덕대교가 2010년 10월 완공되면 가덕도는 '섬'이란 딱지를 다 떼게 된다"고 말했다.

부산 강서구 가덕도 모습. 연륙도로 개통에 이어 거제도와 연결되는 거가대교가 2010년 완공될 예정이어서 한적한 섬마을은 대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부산의 홍콩을 꿈꾼다

부산신항만 주변 신항 선착장에 오면 골리앗처럼 큰 다릿발이 구경꾼을 압도한다. 1195억원을 들여 녹산공단과 가덕도 눌차를 잇는 1.1㎞짜리 가덕대교의 교각들이다. 공정률 89%. 요즘은 교각 위에 상판을 놓는 작업이 한창이다.

그 옆엔 부산~거제 간 연결접속도로(가덕도 눌차~천성 구간) 건설 공사 중 눌차교 공사가 진행 중이다. 가덕대교와 연결될 1㎞ 남짓의 눌차교도 교각 8개 중 7개가 솟아 올라 있다. 2361억원을 들이는 이 접속도로 공정률은 40%가량. 2010년 10월 말 완공 예정이다.

신항 쪽에서 연륙도로를 건너가면 가덕도 선창마을이다. 선창마을 앞바다도 공사 중이다. 바다 중간 길쭉하게, 혹은 둥글게 제방을 쌓아 호안을 만들거나 그 안의 바다를 메운다. 성북동 율리, 장항마을까지 그렇다. 부산항 신항 남컨테이너부두 공사장이다. 남컨테이너부두엔 신항 전체 30개 선석 중 11개가 들어선다. 2011년 완공 예정이다.

장항마을 지나 두문, 천성마을 지나 남쪽 끝인 대항마을까지 가는 동안에도 공사가 한창이다. 가덕도 서쪽은 '섬 전체가 공사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거제 간 연결도로'와 접속도로, 가덕도 일주도로 등의 현장이다. '부산~거제 간 연결도로'는 2조1395억원을 투입, 전체 8.2㎞의 도로를 건설하는 대역사. 2004년 12월 착공, 현재 공정률 64%를 기록하고 있다.

이 도로는 경남 거제에서 출발해 중죽도까지 오는 사장교, 중죽도에서 가덕도까지 바다 밑으로 이어지는 침매터널과 접속도로 등으로 이뤄진다. 가덕도의 변화는 미래에도 죽 이어진다.

부산시는 '가덕도 종합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가덕도를 세계적 휴양관광지로 만들자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해양테마파크, 크루즈터미널, 역사문화체험 관광지, 어촌체험관광지, 호텔, 골프리조트 등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시는 가덕도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는 현재 국토해양부가 입지선정 및 타당성 용역 중인 '동남권 신공항'의 후보지로 가덕도 남측 해안을 추천했다. 부산시 허대영 서부산권개발팀장은 "환골탈태의 길을 걷고 있는 가덕도는 미래 부산 발전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변신의 명과 암

개발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땅값이 많이 올랐다. 부산~거제 간 연결도로 침매터널이 이어지는 천성동 부근이 가장 비싸다. 3.3㎡당 120만~15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천가동 주민자치센터가 있는 지역 주변은 3.3㎡당 100만원쯤 한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주민 박종율(62)씨는 "선착장이나 도로 주변 등 집을 지을 수 있는 지역 중심으로 땅값이 비싸다"며 "90년대 초반에 비하면 요즘 땅값이 7~8배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대개 이런 변화에 시큰둥했다. 대항마을에서 수퍼를 하고 있는 김명자(여·59)씨는 "가덕도 땅의 80% 이상이 외지인들 소유여서 땅값이 올랐다고 주민들이 좋아할 이유도 없고 공사하느라 먼지 날리고 번거롭게 해 개발이 원망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최근 '가덕도발전협의회'를 재정비, 최근 '개발 붐'에 대해 주민들 목소리를 높이기로 했다. 대항마을 어촌계 김영석(45) 간사는 "신항, 부산~거제 간 연결도로 등 공사들이 지역이나 나라엔 좋을지 모르지만 주민들에겐 대구 어획량이나 김 양식 수확량 감소 등 피해를 주고 있다"며 "가덕도 종합 개발 등이 주민 의견도 수렴해 추진되도록 온 힘을 쏟을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