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 역사상 처음으로 100년 전 흉부외과 기록이 발견됐으며, 그 기록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을사오적 중 한 명으로, 이재명 의사의 칼에 찔린 이완용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동아일보가 18일 보도했다.

김원곤(55)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흉부외과 변천사 자료를 찾던 중 1909년 12월 22일 경성 종현 천주교회당(지금의 명동성당) 앞에서 당시 내각총리대신이었던 이완용이 이 의사의 칼에 찔려 서울대병원 전신인 대한의원에서 진료 받았던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서울대병원 병원역사문화센터의 도움으로 1910년 1월 법원에 제출된 ‘상해 감정서’를 통해 이완용의 흉부외과 기록을 발견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교수가 발견한 감정서는 총 5장으로 한문과 일본어로 상세히 기술돼 있다.

감정서에 따르면 이 의사는 인력거에 타고 있던 당시 53세의 이완용을 향해 칼을 날렸지만 인력거꾼이 먼저 칼에 맞아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이완용은 칼을 피하기 위해 몸을 숙이는 과정에서 왼쪽 어깨와 오른쪽 등 아래 두 곳을 찔렸다.

감정서 끝에는 ‘외상성 늑막염의 치료 여부가 완전 회복의 관건’으로 기술돼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당시 VIP 환자였던 이완용은 병원에서 최상급 치료를 받은 후 입원 53일 만인 1910년 2월 14일 완전히 회복해 퇴원했다.

김 교수는 “당시 의료기술 수준으로 봤을 때 이완용이 기흉과 같은 폐 손상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흉은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응급질환으로 당시 의료술로는 회생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