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두루미 안 오는 재두루미 도래지가 무슨 문화재 지정구역이냐."

"언젠가는 돌아온다, 문화재 해제는 안 된다."

김포시와 문화재청이 최근 재두루미 도래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가 된 곳은 김포시 하성면과 파주시 교하읍을 끼고 있는 한강 하류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도래지. 문화재 지정구역인 이곳에 최근 5~6년 간 두루미가 자취를 감추자 김포시는 문화재 지정 해제를 건의했고, 문화재청은 이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1500만㎡에 이르는 김포시 하성면 일대는 30년 전만 해도 재두루미가 2000~3000마리씩 무리 지어 날아다니는 명소였다. 1977년에는 '제250호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까지 했으나 최근에는 두루미 발길이 뚝 끊겼다. 하성면 일대에는 모텔과 음식점이, 교하읍에는 아파트촌이 들어서는 등 개발의 물결이 도래지 턱 밑까지 차올랐기 때문이다.

8일 오후 김포시 하성면과 파주시 교하읍을 끼고 있는 한강 하류 재두루미 도래 지. 문화재 지정구역인 이곳 부근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재두루미가 찾아 오지 않고 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김포시 환경보전과 담당자는 "10년 전 열 마리 남짓 되던 두루미가 3~4마리로 줄더니 최근에는 아예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포시의 의뢰로 지난 10~11월 이 지역을 조사한 조류학자 윤무부 박사는 "재두루미는 관찰되지 않았고, 다른 조류의 밀도도 낮았다"며 "신도시 개발로 인한 오염물질이 김포 하류 개펄을 오염시켜 먹이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루미가 보이지 않자 주민들 사이에선 '문화재 해제 절차를 밟아 개발을 하자'는 여론이 조성됐고, 김포시청은 지난 8월 말 문화재청에 문화재 지정구역 해제를 건의했다.

김포시 관계자는 "문화재 지정 구역 대부분이 사유지인데다 주변 지역 땅값을 고려한 주민들의 민원이 많아 시청측도 이를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1월 문화재청으로부터 돌아온 답은 '귀소 본능이 강한 재두루미가 다시 올 수도 있으므로 지정구역 해제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김포시는 모든 지역의 지정구역 해제가 어렵다면 주민들의 개발 요구가 많은 전류리와 봉성리라도 풀어달라는 입장이다. 김포시는 이런 내용을 담은 지정구역 해제 건의를 조만간 문화재청에 전달할 계획이다.

만약 김포시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이는 국내 최초로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윤순영 이사장은 "김포지역이 1980년대 간척지로 바뀌고 그 뒤 무차별적인 매립이 진행될 동안 문화재청은 지역 보전에 손 놓고 있다가 이제 와 형식적인 보전만 강요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