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상 기자

"며칠 전 대주단(채권단) 가입과 관련해 국토해양부에 문의했더니 '금융위원회가 담당'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금융위에 연락했더니 '은행에서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고 했어요. 시간은 없고 결정은 빨리 해야 하는데 정말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어요."

국내 한 대형건설사의 A사장이 최근 털어놓은 얘기이다. 대주단 가입 신청이 임박했는데 정부 어느 담당 부처와도 속 시원히 의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다른 대형 건설사 임원은 "대주단 가입 여부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유를 물어 보니, "회사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혹시 가입하지 않았다가 '괘씸죄'에 걸릴까 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건설사들이 대주단 가입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유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정부의 불명확하고 일관성 없는 정책이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두 부처가 같은 날, 같은 사안에 대해 서로 상반된 내용을 발표한 것도 건설업계를 혼란스럽게 한다.

얼마 전 국토부 관계자는 "대주단 가입 신청은 일단 상위 100대 건설사를 대상으로 23일까지 받는다. 나머지 건설업체들은 추후에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위 고위 당국자는 같은 날 몇 시간 뒤 "대주단 가입 마감 시한은 정해지지 않았다. 가입을 원하는 건설사는 언제든지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주단 자율협약을 실시하는 것은 건설업계의 유동성(현금 흐름) 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조기에 수습해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이를 사실상 주도하는 정부가 시장을 더 큰 혼돈으로 몰아가지 않으려면, 정책을 좀 더 명확하고 투명하게 추진하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