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상·산업부 wshong@chosun.com

"이번 주에 A건설사가 골프장을 매물로 내놓았다고 하던데…."

"B건설사는 며칠 전에 1차 부도를 냈다면서?"

요즘 건설업계나 증권가에서는 거의 매일 어느 어느 건설사가 조만간 도산할 것이란 얘기가 업체를 바꿔가며 흘러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 일로로 치닫자, 정부는 건설사의 채무 상환을 1년간 유예해 주는 대주단(채권단) 자율협약에 가입할 것을 건설업체에 권하고 있다. 대주단 협약은 유동성 위기에 놓인 건설사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되는 제도다. 하지만 현재 여기에 가입한 건설사는 한 곳도 없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아직 가입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경쟁업체들의 움직임만 지켜보고 있는 것.

건설사들이 대주단 협약에 선뜻 가입하지 못하는 이유도 일견 이해가 간다. 대주단에 가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부실 기업'으로 낙인찍혀 회사의 신용도가 더 하락하거나 미분양 아파트를 파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주택건설업체 임원은 "협약에 가입하면 주채권 은행에 영업자료도 제출해야 하고 구조조정도 해야 한다"면서 "내년 1월까지 버틸 자금은 보유하고 있는 만큼 대주단 협약에 당장 가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십 년간 일궈온 회사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는 물론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건설사의 이 같은 '버티기 작전'이 가져오는 폐해도 적지 않다. 벌써 시장에는 '건설업체 가운데 7~8곳은 퇴출 대상에 포함됐다'는 확인되지 않는 소문이 쏟아지고 해당 건설사는 "우리는 결코 아니다"고 해명하기에 바쁘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건설사들이 이런 우(愚)를 범하지 않기 위해선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대주단 협약 가입과 함께 하루 빨리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