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진·산업부 superstory@chosun.com

퀴즈 하나. 고위 공직자가 쌀 소득 보전 직불금을 부당 수령했는지를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정답은 정부가 인터넷에 띄워놓고 있는 '공직자재산 공개 문서'에서 해당 공직자의 재산 내역을 확인하는 것이다. 재산에 농업용 토지가 포함돼 있는지를 확인하면 절반쯤은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문제는 '공직자재산 공개 문서'에 들어가 해당 공직자의 이름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는 일부터 '벽'에 부딪힌다는 점이다. 문서편집 프로그램인 PDF 파일로 된 재산공개 내역은 아예 사람 이름을 이용한 검색이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분량만 1000쪽이 넘는 1800여 명의 공직자 이름을 일일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원시적인 작업을 해야 한다.

세계적인 'IT 강국(强國)'이라는 한국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담당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공직자재산 목록을 pdf로 만들 때, 글자가 아닌 그림으로 인식하도록 해 검색 기능이 사라졌다고 변명한다. 행안부의 담당 공무원은 "수차례 검색 기능을 관계부서에 요구했지만 개선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방법인 한글 프로그램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2004년 이후 최신 버전으로만 열 수 있도록 해놓았기 때문이다. '한글과 컴퓨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한글 프로그램 사용자의 절반 이상은 2002년 이전 제품을 쓰고 있다. 이들에게 공직자재산 목록은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한 민간 전문가는 "행안부가 공직자 재산 내역을 한글이나 pdf로 해놓은 것은 일반인들이 쉽게 재산내역을 확인하는 것을 막기 위한 '꼼수'"라고 말했다.

대안은 있다. 바로 '엑셀' 같은 통계 프로그램으로 문서를 만들어 공개하면 된다. 요즘은 초등학생도 엑셀을 활용해 금전출납 공부를 하는데, 정부는 왜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