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은재 의원이 22일 공개한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신축했거나 현재 짓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청사(廳舍)는 모두 40군데로, 사업비가 2조635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압권은 작년 11월 착공해 2010년 1월 완공할 예정인 성남시청 신청사다. 이 건물을 짓는 데 3222억원이 든다고 한다. 지하 2층, 지상 9층에 연면적 7만4452㎡(2만2300평)에 이른다. 4년 전 호화 논란을 일으키며 '용인궁(宮)'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용인시청(1974억원)보다 1250억원 가량을 더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연면적만 놓고 보면 비슷한 시기에 완공될 서울시 신청사(7만2450㎡)와 거의 같다. 그러나 성남시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은 715명이고, 서울시는 1만여 명이다. 성남시 신청사의 공무원 1인당 면적은 31평(坪)을 넘는다. 세계 지방청사 중 단연 최고의 호화판 청사일 것이다. 시장을 위한 청사가 세계 최고이면 성남 시민의 소득 수준은 세계 몇 번째쯤 되는 것일까. 3222억원이면 100억원 규모의 주민건강센터를 32개 지을 수 있고, 그 돈을 교육시설에 투자한다면 성남의 초·중·고교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도 있다. 시민을 시민으로 받드는 지방단체장이라면 시민의 복리후생과 아무 관련이 없는 시멘트 건물을 짓는 데 3222억원이란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 붓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자체들의 이런 일탈을 통제할 방법이 거의 없다. 행안부가 2002년 지방 청사의 표준면적 기준을 산정해 권고했고, 감사원이 3년 전 실태 조사 후 시정을 요구했어도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 보니 지자체들은 막무가내다. 행안부 자료를 보면 2000년 이후 청사를 신축했거나 짓고 있는 지자체 40곳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31.7%에 불과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2개 지자체가 사업비 충당을 위해 총 3222억원의 지방채(債)를 발행했다. 빚을 내서라도 청사를 크게 짓고 보자는 이상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은 234개의 시·군·구를 70여 개의 광역 단위로 재편하는 행정구역 개편 작업에 힘을 합하기로 합의했다. 그게 성사되면 지자체마다 3~4개의 호화 청사를 갖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세계 어디에도 이런 낭비는 없다. 여야(與野)는 국회에서 여기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 마련에 즉각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