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나치 독일의 스흐레벤에 있는 한 유대인 수용소 '죽음의 캠프'엔 12세의 유대계 소년이 갇혀 있었다. 아버지는 병으로 죽고, 어머니와는 생이별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서류 작업과 페인트칠 외에, 그에게 희망이라곤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철조망 근처에 서서 쉬던 소년은 수용소 근처 마을에 살고 있던 기독교인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소녀는 소년의 멋진 외모에 반했고, 이후 매일 사과 한 개를 철조망 너머로 던졌다. 소년은 사과를 받아 먹으면서도,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이름도 묻지 않았다. 감시원에게 걸릴까 봐였다. 소년에게 소녀는 하늘이 내린 천사였다.

몇 달 뒤, 소년은 이웃 체코의 테레진스타트 수용소로 옮겨가게 됐다. 그날 처음, 소년은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다시는 이곳에 못 올 것 같아." 소녀가 되물었다.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얘기지?" 둘의 짧았던 사랑은 그렇게 끝났다.

시간이 흘러 전쟁도 끝났다. 자유를 찾은 소년은 런던에서 TV 수선 기술을 배웠고, 소녀는 이스라엘의 간호학교에서 공부를 했다.

그리고 또 몇 해가 지났다. 뉴욕에서 TV 수선 기술자로 살게 된 그 소년이 어느 일요일 오후 친구와 함께 한 저녁 식사 자리에 한 여성이 합석했다. 친구가 몰래 마련한 '소개팅' 자리였다. 서로가 마음에 든 두 남녀는 밤이 새도록 얘기를 나눴다. 남자는 수용소에서 매일 밤 공포 속에서도 기도문을 외웠다는 얘기를 했고, 여자도 그때 한 소년에게 매일 사과를 가져다 줬다는 얘기를 했다. 남자의 가슴은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했다. "그 소년이 나예요!"

그날 밤, 그는 그녀에게 청혼을 했다. 1958년 둘은 뉴욕시 브롱크스의 한 유대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 이야기는 실화다. 남자의 이름은 헤르멘 로젠블라트(Rosenblat·79), 여자의 이름은 로마(Roma·76). 올해 두 사람은 결혼 50주년을 맞이했다. 이 부부의 사랑 이야기는 벌써 '천사 소녀(Angel Girl)'라는 제목의 동화책으로 발간됐다. 내년이면 '철조망의 꽃(The Flower of the Fence)'이라는 제목으로 자서전도 출간된다. 영화로도 만들 계획이라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로젠블라트는 "어느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다. 사랑할 뿐이다"고 말했다. 그 사랑은 어린 시절 사과를 던져줬던 한 천사 소녀로부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