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한 습지에서 부채 모양의 꽃을 피우는 부채붓꽃과 도톰한 황백색 꽃이 달린 주걱댕강나무는 우리나라 토종식물이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제한 없이 외국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

남부지방의 작은 하천에서 극소수 발견되는 좀수수치와 버들붕어, 송사리 같은 물고기와 중부지방 북쪽에 제한적으로 서식하는 큰주홍부전나비 등도 마찬가지였지만, 앞으로 이들 토종 동식물에 대한 국외(國外) 반출이 엄격히 제한된다.

환경부는 5일 "토종 생물자원이 해외로 무분별하게 빠져나가 외국산으로 둔갑하거나 신품종 개발 등을 통해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309종의 토종 동식물들을 '국외반출 승인대상 생물자원'으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지정된 동식물은 백두대간의 바위지대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가는잎향유와 인가목조팝나무 등 식물 99종과 전북 부안군 백천에만 사는 부안종개와 송사리, 모래무지 등 어류 30종, 꼬리명주나비 같은 곤충 180종이다.

국외반출 승인대상으로 지정되면 알이나 종자, 뿌리 등 살아있는 상태로의 품종은 물론 표본도 해외 반출이 일절 금지되며, 이를 어기면 야생동식물보호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전시회나 연구목적 등 특수한 경우에도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가 토종 동식물에 대한 보호조치에 나선 것은 그 동안 우리 생물자원이 외국으로 무분별하게 유출돼 신품종 등으로 개량된 뒤 국제시장에서 외국산으로 거래되거나 국내로 역수입되는 일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1947년 미국 화훼업자가 국내에서 씨를 받아가 '미스킴 라일락'으로 개량한 북한산 수수꽃다리와 크리스마스트리로 쓰이는 한라산 구상나무, 백합과(科)인 원추리와 섬말나리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환경부는 "우리 토종 생물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국외반출 승인대상 동식물을 2014년까지 3000여종으로 확대 지정할 것"이라며 "국내 생물자원 가운데 개체수가 적어 보전가치가 높거나 관상용, 식용, 약용 등 경제적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종들을 우선적으로 선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외반출 승인대상으로 지정된 동식물은 이번에 추가된 309종을 포함해 모두 822종이다. 이들의 목록은 환경부 홈페이지의 '법령마당→고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