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이면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법'(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지 4년째를 맞는다.
성매매 특별법은 표면적으로 집창촌을 무력화하고 성매매 여성 피해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성매매가 음성화하고 변종을 거듭해 주택가로 침투하는 등 이른바 '풍선효과'를 유발했다는 부정적 평가도 받고 있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4년을 진단해 본다.

2000년 9월과 2002년 1월 잇따라 발생한 '군산 집창촌 화재 참사'는 전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두 차례 화재에서 감금된 채 성매매를 강요당한 여성 19명이 불길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화재 현장은 잔혹했다. 창문 마다 창살이 채워져 감옥을 방불케 했고 방문에는 자물쇠가, 외부로 통하는 문에는 잠금 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또 화재 현장에서 도망친 업주의 금고에는 '노예각서'인 취업각서와 현금보관각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후 경찰조사 과정에서 성매매 여성들의 이력서격인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확인되는 등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권유린 실태가 알려지면서 '성매매 근절'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따라 여성단체들과 여성 국회의원 중심으로 '성매매 알선자 처벌법안'을 마련해 2002년 9월 국회에 제출했고 마침내 2004년 5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골자로 한 '성매매 특별법'이 제정됐다.

성매매특별법 시행을 둘러싸고 초반에는 반발 여론도 거셌다. 성매매 여성들이 집단으로 국회 앞으로 몰려가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단식 농성을 벌이고, 일각에서는 성매매 단속으로 소비문화가 위축될 것이라는 '경제 위기론'과 성매매가 단절되면 성범죄가 늘 것이라는 '풍선 효과론'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우리 사회는 성매매가 불법이며 단속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또한 성 산업 이면에 내재된 인권 유린 등 억압구조의 실체가 드러나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보호 규정이 만들어지는 등 성과도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차 '性戰'…불 꺼진 홍등가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됐다. 경찰은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2004년 9월23일부터 10월까지 1달 동안 특별단속을 벌여 1664명을 잡아 들였다. 2004년 한 해 동안만 1만6947명을 붙잡아 1606명을 구속했다.

특히 기존의 '윤락행위 등 방지법'이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에 기초를 두었다면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 알선자와 성매수자에 대한 처벌이 동시에 강화되면서 돈을 주고 성을 사려는 남성들이 대거 경찰에 붙잡혔다. 특별법 시행 이전까지는 성매수자에 대한 처벌은 훈방 등 극히 경미한 수준이었다.

경찰청이 2004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집계한 성매매 사범은 모두 13만3342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성매수자는 9만6446명으로 전체 성매매 사범의 72.3%를 차지했다.

성매수자는 2004년 1만180명에서 2005년 1만1474명, 2006년 2만7488명, 2007년 2만9991명, 올해 상반기에만 1만7333명으로 집계되는 등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윤락행위 등 방지법 아래에서는 훈방 조치됐던 성매수자가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적극 처벌되는 등 강화된 처벌 방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 등 수사당국의 전방위 단속이 계속되면서 성매매수자의 발길이 끊긴데다 성매매 여성도 피해자로 인정되면서 성매매에서 이탈하는 여성이 증가하자 기세등등하게 '성매매 공촌화'를 주장하던 성매매 업주들도 꼬리를 내렸고, 성매매 집결지의 홍등은 급격히 꺼져갔다.

경찰 집계에 따르면 전통적인 성매매 집결지는 2004년 9월 1696개에서 2008년 6월에는 935개로 대폭 줄어들었다. 성매매 여성도 2004년 5717명이였던 것이 2008년 6월에는 2282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능화 된 성매매…'음지로, 음지로'

전통적인 성매매가 집결지가 경찰 단속으로 초토화된 반면, 안마시술소와 오피스텔로 위장한 성매매 업소,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 등 그 행태는 법 시행 이후 은밀하고 지능적으로 변했다.

변종 성매매인 스포츠마사지, 남성휴게텔 등의 간판이 도심 한 복판에서 '불야성'을 이루고, 술자리와 '2차 성매매'가 동시에 이뤄지는 유흥업소도 예약을 해야만 할 정도로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도 전통적인 성매매 집결지를 이용하는 성매수자는 줄어든 반면, 유흥업소와 안마시술소 등을 이용한 성매수자는 다소 늘어난 것으로 밝혀져 이를 뒷받침한다. '애인대행', '조건만남' 등 인터넷을 이용한 성매매는 가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2007년 한해 동안 성매수자가 이용한 성매매 장소는 집결지가 964명(1020명), 다방 263명(436명), 숙박업소 341명(964명)으로 지난해 보다 줄었다. 반면 2007년 유흥업소와 안마시술소는 각각 924명(739명)과 9204명(9024명)으로 소폭 늘어났다.

더구나 인터넷을 이용한 성매수자는 2006년 4486명에서 2007년 9994명으로 절반 이상 폭증했고, 2006년 분류하지 않았던 휴게텔이나 스포츠마사지는 4109명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차 '性戰'…음성화된 성매매도 '색출'

최근에는 서울 장안동에서 성매매 단속이 무섭게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이례적으로 불법 안마시술소와 휴게텔, 대형 유흥주점이 몰려있는 '포스트 집장촌'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7월부터 서울 장안동 유흥가 단속에 돌입, 욕조와 침대 등 200톤 이상의 성매매 관련 집기를 업소에서 뜯어내는 등 강도 높은 단속을 전개하고 있다.

앞서 대전 '유천동 텍사스'에서도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 결과 16개 업소가 휴업을 신고하며 백기를 들었고, 서울 최대 유흥가인 강남에서도 적극적인 경찰의 단속이 시작되는 등 전국적으로 단속이 확대되고 있다.

경찰은 또 경찰관 기동대와 여경 등으로 구성한 '스텔스 부대'에 성매매 단속을 전담시키고, 사행성 오락실과 조직폭력배 등 민생침해 사범을 뿌리뽑겠다며 '그린포스 부대'를 만들어 주택가나 범죄다발지역에 투입하는 등 어느 때보다 강력한 단속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일부 안마시술소 업주들은 성매매 단속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경찰명단을 공개하겠다는 으름장과 함께 단속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찰은 "공개하려면 빨리 공개하라"며 불법 성매매 근절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경찰 단속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아직도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4년 동안 정기적인 경찰 단속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집창촌은 물론, 안마시술소, 휴게텔 등 포스트 집창촌은 보란듯이 번성해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