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 과자'에 짱구는 어디로 갔을까?

손가락에 끼워먹는 재미로 인기가 높은 일명 '짱구 과자'. 원래 짱구 과자의 원조는 '삼양식품'이었다. 삼양은 1973년부터 '짱구'를 판매해 인기를 끌었지만, 일본 만화 캐릭터인 '짱구'(일본명:신짱) 그림을 포장에 쓸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틈을 타 2000년, 크라운제과가 '짱구'의 맛과 모양을 모방한 '미투(me-too)제품'(모방제품)을 내놨다. 일본의 짱구 캐릭터 사업권자로부터 사용 허락을 받아 짱구의 얼굴을 포장에 박았고, 이름도 '못말리는 신짱'으로 지어 원조 흉내를 냈다.

그러나 지난 3월 크라운도 더 이상 '짱구' 그림을 쓰지 못하게 됐다. 일본 사업권자가 캐릭터 사용권을 롯데제과 측에 넘겼기 때문이다. 결국 크라운은 포장에 엉뚱한 그림을 넣고 이름만 '신짱'으로 남겨야 했다.

반면, 캐릭터 사용권을 가져간 롯데는 짱구 얼굴을 박은 모방 제품을 보란 듯이 내놨다. 과자 이름도 짱구 만화의 일본 원제(原題)인 '크레용 신짱'이라고 지었다. 그러나 어디나 반전은 있는 법. 롯데도 이제 '신짱'이라는 이름을 못 쓰게 될 위기에 처했다.

크라운이 "롯데가 '신짱'이란 이름을 사용 못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이동명)는 "크라운은 지난 2001년 '신짱'에 대한 상표등록을 해놓았으니, 롯데는 '신짱'이란 이름을 쓰지 말라"고 명령했다.

이제 롯데는 짱구의 그림만 남긴 채 엉뚱한 이름을 지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더욱이 '짱구'라는 명칭은 이미 삼양이 상표권을 갖고 있다. 결국, 신제품 개발보다는 '따라하기'에 급급했던 업체들 때문에 모든 짱구 과자가 '짝퉁'처럼 보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