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총선에서 승리해 이탈리아 역사상 최초로 총리직을 세번째 수행하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Berlusconi·71·사진)가 55%에 달하는 높은 지지율을 토대로, 자유주의적 개혁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의 인기가 높은 것은 '미디어 재벌 정치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군대를 동원해 나폴리의 쓰레기 파동을 해결하고 ▲외국인 불법 이민자 범죄를 소탕하겠다고 로마 등 대도시에 군대까지 투입하는 등 '말이 아닌 행동'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 이를 놓고,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근 정국혼란과 사회불안을 극복해가는 베를루스코니의 리더십과 성과를 "기적(miracle)"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도 3일 "베를루스코니가 무기력한 좌파의 반대를 물리치고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이탈리아의 고질병을 고치기 위해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의 고질병이란 ▲부유한 북부와 가난한 남부지역 간의 경제 격차 문제 ▲비대한 공조직의 비효율성 ▲10년째 제로(0)%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경제 침체 등이다.

그는 이탈리아의 고질병을 치유하기 위해 ▲세제개혁 ▲공조직 및 교육 개혁 ▲사법개혁 등 크게 3가지 과제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개혁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우선 세제 개혁은 이탈리아 정부가 '모든 개혁 정책의 어머니'라고 부를 정도로 가장 중시하는 분야. 43% 수준으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개인소득세율을 대폭 낮추고 개인 관련 세금 종류를 대폭 줄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또 부유한 북부에서 거둔 세금의 일부를 가난한 남부에 배분해 지역간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계획도 추진한다.

그는 또 방만하고 나태한 공무원, 공기업의 조직문화를 혁신하기 위한 개혁조치도 단행할 계획이다. 이탈리아 공무원들은 결근율이 민간기업 근로자의 4배에 달하고, 2005년 기준으로 1인당 평균 18일씩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결근을 할 정도로 직무태만 현상이 심각하다.

공조직 개혁을 책임진 레나토 브루네타(Brunetta) 공공행정 장관은 최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공무원 개혁만 성공해도 경제성장률을 0.5% 포인트 더 높일 수 있다"면서 "출근율에 비례해 공무원들의 성과 보너스를 차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 정부의 '엄포'만으로도 효과가 나타나, 지난 7월 이탈리아 공무원들의 결근율은 올 초에 비해 37% 포인트나 급락했다.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또 8만명에 달하는 교사를 해고하고, 나머지 교사들을 교육현장에 전면 재배치해 공교육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계획도 추진한다. 또 검찰의 권력남용과 범죄조직과의 유착을 막으려고, 검사에 대한 업무성과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사법개혁도 진행하고 있다.

반대파들은 베를루스코니의 개혁을 "파시즘으로의 회귀" "재벌 기업인인 자신을 위한 개혁"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그는 "이탈리아 소비자들은 '유행에 뒤처진 상품(사회주의 정책)'을 구입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면서 개혁을 고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