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대에서 가장 헤픈 여학생은?"

미국 59개 대학 학생들이 방문한다는 주시캠퍼스닷컴(JuicyCampus.com)이란 웹사이트에 최근 올라온 질문이다. "○○가 숱한 남자들과 성관계를 했다"는 식으로 코넬대 여학생 이름을 언급한 답변 등 댓글 49개가 줄줄이 이어졌다. 익명성 뒤에 숨은 네티즌들이 남에게 모욕이 되든 말든 내뱉은 글들이다.

뉴욕타임스(NYT)의 리처드 번스타인(Bernstein) 기자는 NYT의 해외판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28일자에서 이 사이트에서 벌어진 일들을 언급하며, 인터넷 익명성의 비겁함을 비판했다. 그는 주시캠퍼스닷컴을 '전국의 대학생들이 급우들에 대한 욕설, 중상, 비밀을 갈겨쓰는 가상의 화장실 벽'에 비유하며 "(인터넷의) 익명성이 남을 헐뜯으려는 사람, 비겁한 사람들에게 막대한 도움을 준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업의 내부 고발자나 취재원을 보호해야 할 언론인은 익명성이 필요한 이유가 분명하지만 "인터넷은 익명성의 가치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간사하게 킬킬거리는 사람들을 기술적으로 유혹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도덕적으로 볼 때 언론 자유의 개념을 이보다 더 기형적으로 이용한다는 건 생각하기 힘들다"고 맹비난했다.

번스타인은 과거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에서 자신의 저서에 대해 악의적이고 사실 관계도 부정확한 익명의 서평을 읽고 시정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쇼핑몰측에 보낸 경험을 토로하기도 했다. 당시 돌아온 것은 "당사는 토론 장려를 위해 익명의 서평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답장이었다는 것. 당시 그는 다시 "아마존이 겉으로는 표현의 자유와 제약 없는 토론을 장려한다고 하지만, 실제론 비겁함을 부추기는 것"이란 반박글을 써서 보냈다. 번스타인은 "요즘 인터넷은 추문이나 악의적인 인신공격성 논평뿐 아니라, 인종차별적 발언까지 장려하고 있다"면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