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만이 영원하다." 테크놀로지 세계에 가장 어울리는 격언이다. 하지만 변화에 대해 말하길 좋아하는 업계에서도 실제 많은 변화를 주길 원치 않는다. 또 변화도 거의 없다. IT업계의 대표적인 기업들인 애플, 델, 마이크로소프트(MS), 그리고 오라클은 지난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이들 회사를 세웠던 창업자들이 아직도 여전히 회사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곧 이들 리더십에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가장 먼저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지난 6월 27일부터 회사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그 다음으로 애플 CEO인 스티브 잡스가 건강상의 이유로 조만간 퇴임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53살인 그는 2004년에 이미 췌장암수술을 받았는데 최근에 무척 창백한 것이 건강이 많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애플 홍보담당자들은 스티브 잡스가 여전히 강하다고 얘기하지만 애플 홍보팀은 클린턴 화법처럼 거짓말을 잘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올해말까지 애플의 CEO로 여전히 활동하게 된다면 아마도 그것은 믿기지 않는 큰 충격적인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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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장을 준비하는 또 한명의 IT 거물은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회장. 엘리슨은 그 자신이 올해 63살이라고 주장하지만 얼굴만 놓고 보면 훨씬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필자는 사실 그가 수백년 나이 먹은 뱀파이어처럼 보인다).

그리고 요즘 일보다는 보트 경주에 더 많은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내 추측으로는 엘리슨이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세일즈포스닷컴(salesforce.com)을 인수해 자신의 자리를 세일즈포스닷컴 창업자이자 한때 오라클에서 마케팅의 귀재로 활약한 바 있는 43살의 마크 베니오프(Mark Benioff)에게 자리를 넘겨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잇따른 IT CEO들의 퇴장 전망은 혼합 효과가 예상된다. 가령 애플의 경우 스티브 잡스의 퇴장 소식이 전해지면 주가는 30% 가량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견고한 매니지먼트 팀이 있다. 그들은 똑똑하고 경험도 많다. 하지만 애플은 포스트(post) 스티브 잡스 시대를 전혀 준비않고 있다. 누가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을까? 2004년 스티브 잡스가 병가(病暇)를 냈을 때 임시로 애플을 맡았던 최고운영책임자인 티모시 쿡인가? 또 디자인 총괄책임자인 존 아이브? 하지만 이들은 스티브 잡스를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다. 스티브 잡스는 좀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애플한테는 좀 안된 얘기지만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의 운명은 그가 있을 때와 무척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게 빌 게이츠의 퇴장은 그다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 같지는 않다. 빌 게이츠는 이미 8년 전 최고책임자 자리를 자신의 오른팔이자 대학 동창인 스티브 발머에게 주며 회사에서 자신의 업무를 줄여왔다. 사실 지난 몇 년간 게이츠는 회사에서 정신적인 지주 역할만 했고 대부분의 에너지를 그의 재단활동에 쏟아 붓는 등 다른 데 신경을 써왔다.

발머 체제하에 MS는 회사 역사상 가장 혹독한 시련기를 보내고 있다. 주가는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야심차게 출시한 윈도비스타는 치명적인 기술적 결함을 보이며 MS의 명성에 큰 흠집을 내고 있다. 그들 내부에서도 윈도비스타에 대해 ‘비스타 재앙(Vistaster)’이라고 부를 정도다.

발머 회장은 최근 야후 인수에도 실패하며 회사의 전망을 더욱 불투명하게 하고 있고 또 외부에 회사가 우습게 보이도록 만들고 있다. 20년 전 MS의 젊은 창업자들은 당시 업계 거물인 IBM에 도전하는 것을 즐겼다. 하지만 오늘날엔 MS가 20년 전의 IBM처럼 ‘낡은 거물’ 취급을 받고 있다.


최근 MS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안 좋은 일들을 감안하면 빌 게이츠의 퇴장이 회사에겐 하나의 전기를 마련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빌 게이츠의 역할을 누가 대신할 것이냐는 것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발머 회장은 똑똑하고 저돌적으로 일을 해나가지만 그도 벌써 52살이다. 빌 게이츠를 대신해 소프트웨어분야 총책임자 역할을 맡았던 레이 오지(Ray Ozzie) 역시 52살이다. 그는 사회의 첫발을 데이터 제너럴(Data General)에서 시작했는데 이 회사는 이미 10년 전에 망한 회사다. 또 MS의 리서치와 전략을 총괄하는 크레이그 문디(Craig Mundie)도 벌써 59살이다. 그 또한 1970년 데이터 제너럴에서 그의 경력을 시작했다. 1970년이며 바로 비틀즈가 해산하고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인 지미 핸드릭스가 죽었던 그 해다. 이처럼 현재 MS를 좌지우지하는 3인방은 인터넷이 아파넷(ARPANET)으로 불리고, 개인컴퓨터도 채 발명되지 않았던 시대에 활약했던 '옛' 인물들이다.


MS 홍보담당자들은 회사의 중요 인사들은 젊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잘 보라. MS의 인터넷을 총괄하고 있는 케빈 존슨은 47세다. 한때 IBM에서도 일했던 그는 지난 1992년에 MS에 입사해서 영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는 현재 윈도비스타 사업부문도 관장하고 있다. 게임기인 엑스박스(Xbox)와 MP3인 준(Zune)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로버트 바흐의 경우도 올해 46살이다. 그는 지난 1988년부터 20년간 MS에서 일해왔다. 사무용소프트웨어 총괄인 스테판 엘로프는 44살로 올해 MS에 입사했고, 최고운영책임자인 케빈 터너의 경우 올해 43살이며, 지난 20년 동안 월마트에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다들 똑똑하고 훌륭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인터넷 속도를 따라 잡을 만큼 도전적인 비전을 갖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1976년 빌 게이츠가 그의 동료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한번 생각해보라. 그 당시 사진을 보면 역사를 바꿀 열정으로 가득 찬 두뇌 집단이라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물론 MS도 새로운 인터넷 혁명에 참여할 것이다. 마치 IBM이 PC혁명시대에 마지못해 참여한 것처럼 말이다. 결국 IBM은 PC사업에서 손을 뗐고 시스템 구축이나 서비스사업에만 매달리고 있다. 그다지 신명 나는 사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나쁜 사업모델도 아니다.

필자의 생각엔 MS도 방어적으로 사업을 펼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회사의 각 분야에 포진한 MBA출신의 고급 두뇌들은 전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윈도우와 오피스를 통해 수익을 계속 창출해낼 것이며 이것은 회사의 추락을 최대한 줄여줄 것이고 나아가 연착륙을 도와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바로 MS의 미래 모습이다.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긴 하지만 여전히 따분한 사업. 빌 게이츠는 분명 이런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시점에서 회사를 완전히 떠나는 그의 결정이 다소 의심스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