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각국의 젊은 작가 777명이 참가한 《아시아프》(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가 17일 열흘간의 전시를 마치고 폐막했다. 젊은 작가와 일반 시민이 작품으로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아시아프》는 한국 미술사상 전례 없이 다양한 기록을 세웠다. 첫째, 미술시장에 본격 진입하지 않은 신예 작가들의 작품으로 단 열흘간 5만6926명의 관람객을 불러모았다. 16일에는 하루에만 8203명의 관람객이 몰리기도 했다. 둘째, 출품작 2300점 중 1500여 점이 판매됐다. 생활 속에서 현대미술을 즐기려는 대중의 욕구가 《아시아프》에 대한 뜨거운 호응으로 이어졌다. 셋째, 국경과 지연과 학맥을 뛰어넘었다. 아시아 각국의 젊은 작가 2050여 명이 도전해서 그 중 3분의 1이 경쟁 선발됐다. ▲국적별로는 5개국(한국·일본·타이완·싱가포르·인도) ▲출신대학별로는 11개국 105개 대학(국내 77개 대학, 해외 28개 대학)에서 참가했다.

열흘간 미술열기로 달궈졌던 서울역 구역사(舊驛舍)에서는 17일 오후 7시 작가, 스태프, 미술계 인사 등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아시아프 프라이즈》 시상식과 폐막식이 함께 열렸다. 《아시아프 프라이즈》 심사위원회(위원장 박래경)가 참가작가 777명 가운데 ▲신선한 발상 ▲탄탄한 기본기 ▲젊은이다운 실험정신이 특히 돋보이는 작가 7명을 뽑았다. 심사위원회는 대학미술협의회·한국미술평론가협회·한국큐레이터협회·한국화랑협회 등 4개 기관에서 추천한 전문가로 구성됐다. 심사는 참가작가의 출신학교와 전시경력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테스트' 방식으로 진행됐다.

17일 저녁 서울역 구역사(舊驛舍)에서 열린《아시아프》폐막식에서《아시아프 프라이즈》수상자들이 한 자리에 섰다. 왼쪽부터 부지현·엄정혜·추수희·노세환·구명선(사진은 수상자의 이모)·윤혜정씨. 수상자 7명 중 구명선씨와 이즈미 마이코씨는 외국 체류 중이다.

수상자 부지현(29)씨는 "솔직히 별 기대하지 않았는데 개막 직후 관람객이 밀려드는 것을 보고 '이거 장난 아닌데' 싶었다"면서 "수많은 관람객이 다녀간 것, 작품이 팔려서 다음 개인전 비용이 해결된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상까지 받아서 얼떨떨하다"고 했다. 구명선(27)씨는 "《아시아프》를 통해 평론가, 큐레이터, 화상(畵商), 기자, 교수, 일반인 관람객 등 수많은 사람들에게 작품을 보여줄 기회를 얻었다"며 "그 자체로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김문순 조선일보 발행인은 수상자들에게 "오늘의 열정을 잊지 말고 꾸준히 정진해 세계 미술을 이끌어갈 대가로 성장하길 기원한다"고 격려했다.

《아시아프》 기간 중 무보수로 자원봉사하며 관람객 안내, 작품 판매 노하우를 익힌 '학생아트매니저'(SAM) 61명도 수료증을 받았다. 나종수(23·한남대 미대 3년)씨는 "대전에서 서울까지 매일 기차를 타고 와서 자원봉사를 했고, 그 대가로 산지식과 용기를 얻었다"며 "내가 평생 걸어갈 길의 첫발을 비로소 내디딘 느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