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goat1356@hanmail.net

'강호4대학파(江湖四大學派)' 가운데 하나인 야산학파(也山學派)에서는 유(酉)자를 3가지로 해석한다. 첫째는 호리병의 모양. 둘째는 음력 8월을 가리킨다고 본다. 음력 8월은 곡식을 수확하는 계절이다. 셋째는 유(酉)가 서쪽을 가리키므로 서양에서 들어온 기독교라고 해석한다. 여기에다가 삼 수(�), 즉 물을 부으면 주(酒)가 된다. 우선 둘째 항목의 곡식 부분만 이야기해 보자. 술이라고 하는 것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곡식'에다 물을 부어 발효시킨 것이다.

쌀과 보리, 옥수수, 호밀 또는 포도, 복분자 같은 과일도 술의 원료가 된다. 막걸리는 쌀이고, 맥주는 보리이고, 위스키는 보리·호밀·옥수수가 들어가고, 청주는 쌀, 와인은 포도이다. 세계의 유명한 술들은 대부분 그 재료가 곡류(穀類)이다. 그런데 곡류가 아닌 육류(肉類)를 주재료로 해서 만든 술이 있다. 그게 바로 '무술주(戊戌酒)'라고 하는 것이다. 무술주는 개고기를 고아서 만든 술이다. 쉽게 말하면 개소주와 비슷하다. 무술주는 한국의 전통 보신주(補身酒) 계보를 잇고 있는 술이다.

왜 이름이 무술주인가? 술(戌)은 개를 뜻한다. 무(戊)는 중앙 토(土)로서, 그 색깔은 누런 황색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무술은 '누렁개', 즉 '황구(黃狗)'를 뜻한다. 무술주라는 술이 있다는 정보를 필자에게 알려준 사람은 전통주 전문가인 허시명(48)씨이다. 그는 좋은 술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닌 술 전문가이다. 김해평야 쪽으로 술 답사를 갔다가 3대째 무술주를 담가온 이종록(64) 선생을 만나게 되었다. 원래 무술주는 퇴계 선생이 양생서(養生書)로서 애독하던 '활인심방(活人心方)'에서 유래하였다.

이종록의 조부가 퇴계의 도산서원에 출입하다가 이 무술주 제조법을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무술주는 '동의보감'에도 수록되어 있다. "원기를 보하고 노인이 먹으면 더 좋다"고 나온다. 성질이 온순하고, 몸집이 크지 않은 황구를 구해다 내장과 가죽은 버린다. 뼈와 함께 솥에다가 넣고 24시간 장작불로 달인다. 그 국물을 찹쌀 고두밥, 누룩을 함께 넣고 항아리에다 15일 정도 발효시킨 뒤에 먹는다. 우리 조상들이 삼복더위에 먹었던 매우 독특한 술이 '무술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