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에 연 100억 지급…
지급 선정위원도 시민단체가 추천
불법 저질러도 패널티 없어,
법체계 바로잡자는데 탄압이라니…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45·서울 도봉갑)은 요즘 시민단체들로부터 ‘공공의 적’ 취급을 받고 있다. 특히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그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다. 불법 폭력 시위 연루 시민단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 박탈 법안을 추진하는 등 아킬레스건을 계속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좌파 노동운동가에서 뉴라이트 시민운동가로 변신해 18대 국회에 입성한 그가 시민단체를 문제 삼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7월 28일 그를 만나보았다.

불법 폭력 집회에 연루된 시민단체에 정부 보조금을 주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김대중 정부 때 시민단체 육성 차원에서 만들어진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의 경우 불법 폭력집회 및 시위에 참여한 시민단체에 대해 정부 보조금 지원을 제한하는 근거 규정이 전혀 없다. 시행령도 마찬가지다. 단 해마다 바뀌는 행정안전부(구 행정자치부) 내부 규정에 ‘불법폭력 집회 시위를 주최한 단체가 연대체인 경우 불법폭력 집회 시위로 구속된 개인의 소속단체’에 한해 보조금 지원을 금지한다는 규정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 촛불집회를 보면 1800여단체가 연대한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불법 폭력시위를 주도하면서 지난 7월 15일 현재 1028명이 사법처리되고 500명 가까운 경찰관이 다치고 130대가 넘는 경찰버스가 손상을 입었지만 구속자는 불과 14명뿐이었다. 구속자가 모두 각기 다른 단체에 속해 있다 하더라도 90% 이상의 단체가 여전히 보조금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소속 시민단체들이 올해에도 정부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74개 단체가 지난 5월 6억5700만원을 타갔다. 적게는 수백만원이지만 많게는 5000만원씩 타간 단체도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전쟁을 방불케 한 불법폭력시위를 벌인 평택 미군기지 반대 공동투쟁위에 속한 핵심 시민단체 2개가 불법폭력시위를 벌인 다음해에 버젓이 정부 보조금을 타간 일이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어떻게 정부 보조금 지급을 막겠다는 얘기인가.

“관련법을 개정해 소속원 중 한 명이라도 불법 폭력 시위에 연루돼 벌금형 이상을 선고 받은 시민단체에는 보조금 신청 자격을 박탈할 생각이다. 또 벌금형 이상을 선고 받은 회원이 속한 단체는 설령 보조금을 타갔다 하더라도 이를 환수할 수 있도록 규정을 둘 것이다. 이미 이런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동료 의원 53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했다.”

정부 보조금이 시민단체 재정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나.

“1999년부터 시민단체에 지급돼온 정부 보조금은 연간 100억원 규모다. 전국사업과 지역사업에 거의 반반씩 배정된다. 전국사업은 행정안전부 내에 설치된 공익사업선정위원회가, 지역사업은 지자체가 선정한다. 지금 시민단체 중에는 이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운영되기 힘든 단체가 부지기수다. 이른바 시민단체라는 외피를 쓰고 노무현 정권 때 대한민국 체제를 해치려는 반체제 단체들도 뒤죽박죽 뒤섞여 정부 보조금을 타고 있다. 선진국에서 시민단체는 사회적 공공선이라든가 자유민주주의의 성숙도를 높여나가는 역할을 하는데 우리는 법질서 파괴의 원흉이 된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국민의 세금으로 보조금을 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정부 보조금 지급 대상을 선정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없나.

“전국 사업 대상자를 선정하는 공익사업선정위원회는 지금까지 15명의 위원 중 12명이 시민단체 추천 인사들이었다. 나머지 3명만 ‘국회의장 추천’이라는 요식 규정을 뒀을 뿐이다. 결국 지난 좌파 정권 10년간 자기들끼리 추천해서 나눠먹는 판이 돼버렸다. 이 규정도 법 개정을 통해 국회의장, 대법원장, 국무총리, 등록된 시민단체에서 각각 4명씩 추천하도록 바꿀 생각이다. 하지만 정부 보조금 문제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빙산의 일각이라니.

“정부 보조금보다 더 많은 돈이 부처별로 프로젝트 용역비라는 명목으로 시민단체에 나가고 있다. 정확한 실상은 팀 플레이를 해서 밝혀내야 할 정도로 방만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 경험에 비춰 보면 1억원 프로젝트 용역비를 타면 제출된 자료대로 쓰는 돈은 많아야 절반 가량이다. 나머지는 무단 전용하는 게 현실이다. 불법 폭력 시위에 연루되면 이 프로젝트 용역비도 신청하지 못하도록 할 생각이다.”

‘시민단체 출신으로서 시민단체를 탄압하는 법을 만든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엉터리 주장에는 맞서 싸울 생각이다. 지금까지 우리 법 체계로는 시민단체들이 불법폭력을 저질러도 아무런 패널티가 없었다. 불법 폭력을 조장해온 법체계를 바로잡자는 게 무슨 탄압인가.”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근본적으로 뭐가 문제라고 보나.

“나는 지난 4년간 노무현 정권에서 뉴라이트 운동을 하면서 정부로부터 1원 한 장 받지 않았다. 다 자체 후원금이나 회비로 활동자금을 마련했다. 정부에 보조금을 신청할 생각도 하지 않았고 미친 척하고 신청했어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좌파 시민단체들은 이런 점에서 너무 이율배반적이다. 이명박 정부를 욕하고 타도하자면서 정부에 여전히 빨대를 꽂고 밥을 먹고 있다. 좌파 시민단체 중 정부 보조금을 자진 반납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100억원짜리 정부 보조금은 시작일 뿐이고 지난 10년의 잘못된 관행이 바로잡혀져야 한다.”

지난 10년간 시민단체가 활성화됨으로써 이른바 참여민주주의 기반을 이뤘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 않나.

“지금은 긍정적인 측면은 거의 사라지고 대의민주주의와 의회정치를 부정하는 세력들만 설치는 상황이다. 물론 우파만 아니라 좌파 시민단체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룰은 지키면서 활동하자는 것이다. 자기들은 치외법권 지대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이번 촛불시위 과정에서 구속된 10명의 케이스를 직접 들어봤는데 전교조 모 지부장 출신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에도 유치장에 들어가기를 거부했다고 한다. 경찰서 여기저기에 끌려가 봤지만 ‘전교조 지부장 출신’이라고 밝히면 한번도 유치장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무시당하는 법질서와 공권력을 바로 세우기 위해 집시법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천정배 의원 등은 오히려 현행 집시법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한다면서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하지 않았나.

“천정배 의원이 발의한 집시법 개정안은 야간 정치집회 금지, 도로 무단점거 금지 등 기존 법률에 명시된 시간과 장소에 대한 제약마저 없애 대한민국을 무법천지로 만들자는 얘기다. 최근 우리 집시법에 해당하는 주요 선진국의 법령과 우리 집시법을 비교해 봤는데 우리 집시법이 가장 헐렁할 뿐 아니라 가장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예컨대 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 등은 시위대가 복면을 하면 폭력을 휘두를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간주해 현행범으로 체포 격리시킨다. 미국의 집시법은 깃발도 함부로 못 들게 돼 있고 도로 행진도 엄격하게 제한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우향우’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이 쇠고기 파동을 겪으며 힘이 빠졌는데 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겠는가.

“사실 정권 교체가 됐지만 우리 사회의 세력 교체는 요원하다. 지난 10년간 물적 기반을 쌓은 좌파세력의 진지는 곳곳에 견고하게 버티고 있다. 여권이 이런 상황에 대한 안이한 인식을 한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중앙정부 차원의 국가 예산에도 좌파 세력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빨대를 꽂고 있다. 김대중 정부 전만 하더라도 시스템 밖에 머물며 배고픔에 익숙해 있던 좌파세력이 지난 10년간 ‘배부른 좌파’가 돼 버린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것이 좌파세력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이제 저들은 라면과 깡소주를 먹으며 일을 못한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무조건 빨대를 뽑으라고 하면 정치보복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기준과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빨대를 뽑겠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 weekly chosun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