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를 잘 하는 선수는 발도 빠르다.' '발이 빠르면 무조건 도루를 잘 한다.'



야구에서 두 가지 명제가 있습니다. 둘다 맞는 말일까요? 아닙니다. 발이 빠르면 도루를 잘 한다는 말은 옳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도루는 발만 빠르다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 중략>



이대형의 기록은 30m가 3.4초입니다. 팀선배인 박용택과 같은 기록이죠. 그러나 LG에서 30m가 가장 빠른 선수는 오태근으로 3.36초로
나와있습니다.



이종욱은 어떨까요. 두산은 50m 전력질주 기록이 있는데요. 이종욱은 6.59초에 끊었습니다. 두산내에서는 민병헌이 가장 빠른 6.54초를
기록했다는군요.



SK의 경우 정근우는 30m 기록이 3.6초입니다. 하지만 SK에서 가장 빠른 선수는 조동화로 3.57에 주파했습니다.



LG와 SK 모두 30m 기록을 쟀는데 SK 선수들이 다소 늦은 것은 출발 자세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30m 기록을 잴 때 SK는
타격 모션을 마친 후 뛰는 형태로 기록을 쟀으니, LG 선수들보다 약간 기록이 처집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이대형, 이종욱, 정근우 모두 팀내에서 가장 빠른 발을 소유한 선수들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도루는 무조건 발이
빠르다고 잘 할 수 있는 종목은 아닌 셈이죠.



도루는 스타트, 전력질주, 슬라이딩 등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빠른 발은 전력질주에만 관련된 것일 뿐 도루에서 가장 중요한 스타트와
슬라이딩과는 무관합니다.



투수의 투구폼을 얼마나 빼앗느냐와 슬라이딩할 때 상대 수비수의 태그를 얼마나 잘 피하느냐가 보다 중요한 요소라는 말이죠.



이 점에서 본다면 위에 언급한 도루 상위랭커 3명은 발도 빠르거니와 스타트와 슬라이딩 능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타트는 타이밍의
문제인데요. 볼카운트, 스코어차, 상대 수비수의 위치 등을 모두 고려해 언제 뛸 것인가를 결정하는 능력입니다. 도루 센스를 이르는 말이죠.



80~90년대 도루왕을 지낸 김일권, 이종범 등은 스타트 즉, 센스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메이저리그 도루왕 리키 헨더슨도 스타트가
뛰어난 덕분에 통산 1000개가 넘는 도루를 할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내로라하는 준족들이 100m 단거리 경주를 한 번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번외 이벤트로 말이죠. 몇몇 준족들의 100m 기록을 알아보니
한화 용병 클락이 11.4초, 롯데 김주찬이 11.5초, 정수근이 11.8초, KIA 이용규와 김원섭이 11초대 중반으로 나와 있더군요.



< 노재형 기자(짚시) scblog.chosun.com/jayroh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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