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은 기자

"엉터리 괴담에 소비자를 위한 정책이 사망한 거죠, 뭐."(A보험사 상무)

정부와 한나라당이 민간 의료보험 정비 계획을 백지화하자 이 작업에 참여해 왔던 교수·전문가와 보험업계 사람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정책인데, 오해와 불신이 맞물리면서 엉뚱한 결과가 됐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40% 가량의 의료비를 민영 보험사를 통해 보장받는 민간 의료보험은 이미 40여 년 전부터 있던 보험 상품이다. 지금은 1500만명이 가입한 대중적인 보험이 됐다.

그런데 각 보험사들이 우후죽순 상품을 내놓다 보니 조건이 제각각이고 난해해 보험 가입자들이 비교해 가입하기가 곤란했다. 정부의 '정비' 계획은 이런 민간 의보 상품들의 표준약관을 만들어 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가입 전 상품설명 의무, 상품 비교공시 등을 통해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도 "공(公)보험인 건강보험을 민영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루머가 인터넷 등을 떠돌면서 좌초되고 말았다. 민간 의료 보험 정비계획이 '건강보험 민영화' 관련 괴담에 휩쓸리자 정부가 지레 겁을 먹고 민간 의보 정비계획마저 포기해버린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민간 의료 보험 정비작업이 건강보험 민영화의 시발점이며, 앞으로 보험료가 폭등해 서민들은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인터넷에는 "30만원짜리 맹장수술이 앞으로 300만원이 될 것" "돈 없으면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가도 거부당할 것"이라는 괴담들이 나돌았다.

결국 정부·여당이 굴복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결정을 내린 셈이다. 근거 없는 괴담이 국민 편익을 위해 추진되었던 의료서비스 선진화 정책을 후퇴시킨 결과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