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네티즌들의 광고주 탄압 사태와 관련, 어제 일본 ABC(Audit Bureau of Circulations)협회 회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한국에서 어떻게 광고주를 협박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지를 저에게 묻더군요. 일본에선 도무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합디다."

한국광고주협회 민병준(76·사진) 회장은 2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광고주 탄압 사태와 관련, 외국에서 전화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는 일부 네티즌들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에 광고하는 광고주들을 협박하고 공격하는 사태에 대해 "국제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엔 세계광고주연맹(World Federation of Advertisers)의 베르나르드 글록(Glock) 회장이 전화를 걸어와 이번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한국이 광고시장 규모 면에서 세계 11위인 만큼, 이번 상황을 더욱 주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민 회장은 두산음료 부회장, 세계광고주연맹 아·태지역 부회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광고주협회 회장과 한국ABC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일부 네티즌들의 광고 탄압 사태는 기업의 손발을 묶는 행위"라며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과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한국 경제는 유가급등과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가 지난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고, 소비자 물가도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방해하는 건 기업에 아예 '일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아요. 기업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면, 결국 기업의 경제활동으로 생활하는 국민 개개인의 삶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되겠죠."

그는 "광고가 기업의 필수적인 마케팅 전략이자 경영활동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자유로운 광고매체 선택을 방해하는 것은 시장질서의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경영활동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 회장은 "광고를 못하면 판매가 줄어들고, 판매가 줄어들면 기업이 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일부 네티즌들이 '광고에 대한 큰 오해'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민 회장의 판단이다.

"일부 네티즌은 기업이 그저 '적당히' 광고를 집행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는 근본적으로 광고와 기업활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광고 매체를 선정할 때는 구독자들의 구매력, 신문 부수, 영향력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치밀한 마케팅 전략 아래 광고가 집행됩니다. 전화로 욕설을 퍼붓고, 다른 신문에 광고하라고 해서 기업이 절대로 따를 수 없습니다."

그는 "소비자에게 제품 선택의 자유가 중요하듯, 기업에도 자신이 광고할 매체를 선택할 수 있는 '광고의 자유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판사는 판결로 말하고, 광고는 효과로 말합니다. 정치적 이유로 기업에 광고 매체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자, 범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