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예민(본명 김태업·42·사진)은 1990년대 초반 '아에이오우'와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로 인기를 얻던 즈음, 훌쩍 미국 유학을 떠났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2001년부터 전국의 작은 분교들을 돌아다니며 '분교 음악회'를 열고 있다. 그가 신곡 다섯 곡과 기존 노래들을 재편곡해 녹음한 5집 '오퍼스(Opus)'를 냈다.

"미국(코니시 예술대)에서 아프리카 음악을 공부할 때였어요. 갑자기 '이 음악이 이런 도시에 있고 싶어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이 있어야 할 곳에 있을 때 생명력이 있다는 깨달음이었죠. 제 노래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가 있어야 할 곳을 찾아간 것이 분교 음악회예요."

2001년 9월 20일 강원 영월군 연덕분교에서 시작한 분교 음악회는 그간 174회나 열렸다. 전남 함평 신성분교에 갔을 땐 전교생이 딱 한 명이었다. 5학년 남자아이 한 명과 마주앉아 노래를 들려주고 악기연주를 가르쳤다. 매번 스태프 5~7명이 개런티 한 푼 받지 않고 따라 나섰다.

"처음엔 학교 섭외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때만 해도 분교를 찾아오는 외지인은 책 파는 사람밖에 없었거든요." 처음 주 3회씩 열렸던 분교 음악회는 이제 월 1, 2회로 뜸해졌다.

"분교 음악회는 처음 목적을 거의 이룬 것 같아요. 이젠 '찾아가는 문화행사'가 많아졌습니다. 앞으로 15년 정도면 분교가 모두 폐교될 것 같은데, 그때까지 음악회는 계속 해야죠." 그의 데뷔곡 '아에이오우'는 "길을 가다가 우연히 접어든/ 학교 담 너머로 들리는 노랫소리"라고 시작한다. 예민은 자신의 노래를 분교 음악회로 실현한 셈이다.

새 음반에 실린 신곡 중 '나의 할머니, 그녀의 첫 사랑'은 81세 김영매 할머니가 노래했다. "어디서 지내시나요/ 한 세월 흘렀네요" 하는 가사가 할머니의 쇠잔한 음성에 실려 어느 순간 뭉클한 감동을 준다. 예민은 "이 노래를 작곡할 때 내내 할머니 목소리가 떠올라, 김 할머니를 섭외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아이들을 대상으로 박물관과 음악교육을 접목한 '뮤뮤스쿨(Museum & Music School)'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