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영어로 수학을 가르친다? 영어도 부담스러운데 수학까지 영어로 가르칠 수 있을까. 하지만 영어로 수학을 가르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생후 24개월 무렵부터 아이에게 직접 영어를 가르친 주부 정재희(40·서울 은평 신사동)씨는 영어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올해 일곱 살인 아이에게 수학까지 거뜬히 가르치고 있다.

■완벽하게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 버려야

정씨는 아이가 3돌이 지날 무렵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수 개념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특별한 방법을 쓰지는 않았다. 어린이집 버스를 기다리면서 집 앞에 주차된 차들의 번호판을 보면서 1~10까지를 가르치는 식이었다. 한국말로 "하나(일)"를 말하고 영어로 "One"이라고 다시 한 번 말해주면서 두 언어로 동시에 가르쳤다. 그는 "실생활 속에서 가르쳐야 아이들이 개념을 부담 없이 배운다"며 "이는 모든 과목에 해당되는 교육 원칙"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따로 수학공부 시간을 갖지 않는다. 대신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를 유심히 살핀다. 예를 들어 아이가 레고를 가지고 놀고 있으면 옆에 앉아 함께 놀면서 자연스레 수 개념을 알려준다. 집합을 가르치고 있는 요즘은 "빨간색 블록은 모두 몇 개지?(How many red blocks we have?)" "같은 색깔 블록끼리 모아볼까?(Let's get the same colored blocks together)?" 등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수학을 영어로 가르치기보다는 수 개념을 가르칠 때 자연스럽게 영어를 섞어서 사용한다.

정씨는 "아이를 직접 가르치려면 엄마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간호사로 일하는 그도 다른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영어와 담을 쌓았었다. 그래서 아이를 가르치기로 마음먹은 뒤 영어공부를 제법 많이 해야 했다. 미국 아이들이 보는 수학책과 사전을 총 동원해 문장을 외워 아이와 대화를 나눴다. 요즘에는 아이와 함께 공부할 예정인 '100 MATH ACTIVITIES'라는 책을 혼자서 예습하고 있다. 정씨는 "영어 실력이 출중해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지 말라"며 "매일 하루 1~2문장이라도 외워서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는 등 작은 노력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수학 싫어하지 않게 생활 속에서 놀이로 지도해야

수학 공부는 논리적인 사고력이 발달하는 3세 전후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 이전에 영어에 노출된 적이 없는 아이라면 영어로 수학을 가르칠 경우 두 배의 부담을 안게 된다. 먼저 아름다운 삽화와 내용이 담긴 동화책을 통해 영어에 익숙해지게 한 뒤 수학 동화 등을 들려주면서 자연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호숙 쑥쑥닷컴 영어교육사업 팀장은 "엄마 욕심에 어려운 문제부터 시작하면 아이가 영어뿐 아니라 수학까지 싫어하게 된다"며 "공부가 아닌 재미있는 '놀이'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간식 시간에 비스킷을 주면서 홀수(Odd Number), 짝수(Even Number)를 구분해내는 놀이를 하는 식이다. "비스킷이 다섯 개 있어(There are five biscuits)." "둘씩 짝을 지어 볼까?(Let's make pairs)" "봐! 하나가 남았네(Look! One biscuit is left)." "아하! 5는 홀수였구나(Oh, I see! 5 is an odd number)."

같은 방법으로 "비스킷이 다섯 개 있었어. 유진이가 하나 먹었어. 몇 개가 남았을까?(There were 5 biscuits. And Yu-Jin ate one. How many are left?)"와 같이 뺄셈을 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최근에는 수학 동화, 용어 사전 및 게임 교구 등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어렵게만 느껴지는 수학공부를 더욱 쉽게 할 수 있다. 박 팀장은 "피자를 시켜먹으면서 '몇 쪽씩 나눠 먹을 수 있을까'를 묻는 것도 수학 공부의 한 방법"이라며 "생활 속에서 살아있는 수학을 끊임없이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엄마표 영어 수학 교육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 영어로 수학 지도 시 도움 되는 사이트

―www.suksuk.co.kr: 사칙연산 등 수학에 활용되는 사례별 영어표현과 도움되는 책, 사이트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kidport.com: 유아부터 8학년까지 수학, 과학, 영어 등 다양한 과목이 들어 있다.

―www.dositey.com: 간단한 덧셈뺄셈부터 물건 사기 등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통해 재미있게 수를 배울 수 있다.

―www.ictgames.com: 유아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수 놀이와 게임이 가득 담겨 있다.

―www.harcourtschool.com/activity/counting_objects: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식물을 이용해 수 세기를 배울 수 있다.

―www.harcourtschool.com/activity/olivia_octagon/activity6/ a6Shell_6.html: 같은 것끼리 정렬하고, 수를 세고, 많고 적음을 비교하는 등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통해 다양한 수 개념을 배울 수 있다.

―www.harcourtschool.com/activity/calculator_tally_table: 계산기를 활용한 덧셈뺄셈, 많고 적음 비교, 가장 많은 것 찾기 등 여러 가지 수 개념을 가르칠 수 있다.

>> 엄마들이 추천하는 영어 수학 동화 & 워크북

―Math start (제이와이북스)

―One Hundred Shoes a Math Reader (Random House Books)

―30 Math/What Time is it? (Scholastic)

―Monster Math (Scholastic)

―100 MATH ACTIVITIES (Scholastic)

―Success with Math (Scholastic)

―Evan Moor Math (Evan Mo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