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드러난 대구 초등학교 집단 성폭력 사건은 초등생들이 인터넷과 케이블TV 등의 음란물을 보고 성행위를 따라 하다 확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폭력 및 성폭력 예방과 치유를 위한 대구시민 사회 공동대책위(이하 대책위)’는 이날  대구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A초교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아이들이 음란물을 모방해 동성간 성행위를 하거나 상급생이 하급생을 성적 학대하고, 심지어 여학생들을 집단성폭행하는 일까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20일쯤 A초교의 한 교사가 학생들이 성행위를 흉내 내는 것을 보고 놀라 상담에 나서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상담 결과 이 교사는  6학년등 상급생들이 3∼5학년 남학생들에게 음란물을 강제로 보여 주고, 내용을 모방해 성기를 만지게 하거나 변태적 성행위를 강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피해자 중 일부는 가해 학생들과 함께 다른 남·여학생을 불러 강제추행하거나 성폭행을 하기도해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섞이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고 대책위는 밝혔다.

대책위 관계자는 “아이들이 성폭행인줄도 모르고 억지로 해야 하는 ‘따라하기 놀이’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상급생들은 하급생에게 음란물을 강제로 보여주고 동성간 성행위와 성추행 등을 강요한 뒤 이를 거부하면 폭행하거나 집단따돌림을 했다고 대책위는 밝혔다. 성폭력은 실내 뿐만 아니라 학교운동장과 놀이터 등 야외에서도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이 학교 출신 중학생과 초등생 10여명이 지난 21일 여자 초등학생 8명을  집단 성폭행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올해 2월 A초교 자체 조사에서 집단성폭력 사건에 연루된 학생들이 40여명에 이른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 학교 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며 “구체적 조사를 해보면 연루된 학생은 몇배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와 교육청 측이 성폭력 문제에 무지해 초기에 사건 대처를 제대로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A초교측은 이후 학생들을 상대로 성교육을 실시하고, 학생들에게 위인전을 읽히는 ‘독서 교육’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대처가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학교 측은 최초로 성폭력 사실이 드러난 지 약 4개월 뒤인 지난 2월 말에야 교육청에 해당 사실을 뒤늦게 통보해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대책위에 따르면 A초교 일부 교사들은 성폭력 사실이 확인된 지 10여일 뒤인 작년 12월 초 대구 남부교육청에 익명으로 이 같은 문제를 문의했지만 ‘자기들(동성)이 서로 좋아서 한 경우는 성폭력이 아니라 학교 폭력으로 보고해야 한다’는 답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