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의 영종도 농지 투기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박 수석은 전날에 이어 25일에도 토지 보유 경위와 경작 여부 등에 대해 해명했지만, 오히려 거짓말 논란으로 확대됐다. 또 청와대 민정·인사 라인은 박 수석의 말만 듣고, 기본적인 사실확인조차 하지 않아 '책임론'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①대리경작 은폐
박 수석측은 전날 "주변에 쌀농사 짓는 남편 친구의 삼촌(김모씨)이 농사를 지어주겠다고 해서 샀다"고 했다. 그리고 "'자경(自耕)사실 확인서'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거짓말로 드러났다. 동네 주민 양모씨가 "박 수석 남편 등이 공동소유한 땅을 대리 경작해 왔고, 박 수석 등은 농사를 지은 적이 없다"고 했다. 김씨도 친구 삼촌이 아닌 고교선배이며, 농사를 짓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 간 대리경작은 법 위반이다.
박 수석측이 재산공개 나흘 전인 지난 20일 공동소유자인 추모씨를 통해 자경확인서를 만든 것도 '위법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서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든 상황이다. 박 수석은 "(실제 경작자인) 양씨를 직접 만난 적은 없고, (남편 친구인) 추씨를 통해 전달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추씨가 뒤늦게 동네 통장 김모씨와 양씨를 찾아가 자경확인서를 써달라고 부탁한 것은 박 수석을 위한 행동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박 수석은 이 자경확인서를 재산공개 하루 전인 23일 대변인실에 해명자료로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수석은 "공동보유자가 자경확인을 받으면 농지소유가 되는 줄 알았다. 실정법 내용을 잘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위법 사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 문서를 만든 것이란 비판을 피해가기 힘들게 됐다.
②땅 매입가 논란
박 수석은 재산공개에서 "남편이 영종도 운북동 땅 1353㎡를 1억원에 샀고, 현재 1억8500만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땅을 판 안모씨는 "박 수석 남편과 추모, 이모씨 등 3명이 전체 3755㎡의 땅을 1억원에 샀다"고 했다.
안씨 말이 맞다면, 농지가격이 7배나 오른 것이기 때문에 박 수석측이 농지매입을 통해 얻은 수익은 훨씬 커진다. 이에 대해 박 수석과 공동소유자 김모씨는 "1억원은 박 수석 남편이 낸 몫이지 함께 낸 돈 액수가 아니다"며 "땅값도 2배 정도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하늘도시 및 운북복합레저단지 개발계획 등 영종도 개발을 예상하고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박 수석측은 "하늘도시 등에 대해 알지 못하며 투기와 무관하다"고 했다.
③청와대 부실 검증
청와대는 24일 박 수석의 농지소유에 대해 "당시 영농계획서가 필요 없었다. 자경확인서도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그러나 영농계획서가 없으면 농지 취득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는 25일 뒤늦게 "영농계획서가 필요한 게 맞다"고 했다. 박 수석이 낸 허위 자경확인서가 사실인지, 법적 효력이 있는 공식 행정문서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발표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청와대는 재산공개 전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민정·인사라인을 중심으로 재산검증을 했다고 했지만, '부실검증' 책임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영농계획서' '직접 경작'이 농지소유의 기본
농지는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이 소유할 수 있다.
1996년부터 시행된 현행 농지법은, 농지를 취득하려면 '농업경영계획서'를 해당 농지를 관할하는 시·군·구·읍·면장에게 제출해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농업경영계획서에는 그 농지에 농사를 짓기 위해 필요한 농기계·장비·시설 확보 방안을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 이런 서류를 첨부해야 소유권 이전 등기가 가능하다. 박 수석측의 "매입할 당시에는 영농계획서가 필요 없었다"는 해명은 잘못된 것이다.
농지를 취득한 이후에도 농지를 직접 경작할 의무가 있다. 농지는 임대(제23조)하거나 위탁경영(제9조)할 수 없다. 농지를 위탁하거나 임대한 경우,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제60조). 자기가 직접 영농하지 않은 경우는 1년 이내 토지를 처분해야 한다(제10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