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취임사 중 외교·안보·통일 분야의 키워드는 '실용', '한미동맹', '자원 외교', '비핵화'로 요약된다. 대선 공약이나 당선 후 기자회견 등에서 이미 언급한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특히 남북관계에서 구체적인 정책 제시는 보이지 않는다. 북핵 문제가 걸려있는 만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당장 눈에 띄는 것은 실용 개념을 도입하려는 것이다. 자원·에너지 외교, UN평화유지군(PKO) 적극 참여, 공적개발원조(ODA) 확대를 언급한 것이 그런 맥락이다. 남북관계도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실용의 잣대로 풀어가겠다"고 했다. 정부조직 개편 때 개성공단지원단을 통일부에서 떼내 지식경제부로 보내려고 시도한 것 등 남북관계에 시장경제 원리를 적용하려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남북관계를 협력적으로 풀어가되 철저히 경제 논리를 적용하겠다는, 지난 정부와 다른 길을 갈 것임을 암시한다"(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는 해석이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사와 달리 남북관계를 경제, 외교 다음에 언급한 것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에게 정책조언을 해온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경제 살리기가 최우선인 MB 독트린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남북문제를 한미동맹과 외교 관계 속에서 풀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반면 백진현 서울대 교수는 "현재 북핵이란 큰 산이 가로막고 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아쉽다"고 했다. 또 이 대통령은 "남북 정상이 언제든지 만나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지만,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 반응은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