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모의고사에서 석차 '1만등'을 올리는 것보다 학급에서 교과성적 '10등' 올리는 일이 더 힘들다. 늘 옆에서 함께 공부하면서도 이겨보지 못한 상대를 추월하기 위해서는 무작정 열심히 공부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고 자기에게 가장 맞는 학습법을 찾아 효율적인 공부를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경기 안성 안법고를 졸업한 하명선(19)군은 입학 당시 신입생 271명 가운데 154등으로 전체 학생의 절반에도 들지 못하는 실력이었다. 한달 용돈이 2만~3만원 정도로 집안 형편도 넉넉하지 못해 사교육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하군은 고교 3년간 자신만의 공부법으로 성적을 끌어올려 3학년이 돼서는 수능 모의고사에서 전교 1등으로 올랐을 뿐 아니라 올해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에 합격했다.

목표의식 분명한 또래 친구들에 자극받아 '열공' 시작

하군은 고교에 진학했지만 공부에 대한 별다른 동기도 없었고 온라인 게임에 열중하며 시간을 보냈다. 허송세월하던 하군이 공부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은 2학년에 진학해 새로운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면서부터였다. 담임선생님은 각종 경품이벤트로 학생들의 학습동기를 자극했고, 다양한 경시대회·캠프 등을 소개했다. 여러 학생대회를 알게 된 그는 혹시라도 수시에 도움은 되지 않을까 싶어 ICU 글로벌비전캠프에 신청을 했고 담임선생님의 허락을 받았다. 하지만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은 자신과 달랐다. 전국 각지에서 온 똑똑한 또래 친구들이 당당히 미래 비전을 밝히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하군은 이때부터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공부가 막히면 부끄러웠던 자신의 모습을 상기시켰다. 이전까지는 새벽 2~3시까지 게임만 했지만 게임시간을 줄이면서 그 시간들이 점차 공부시간으로 변해갔다.

'일단 공부시작'이 아니라  '명확한 목표수립'이 우선

하군은 무작정 공부부터 시작하지 않았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자신이 커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부터 고민했다. 국제사회를 누비는 국제 재무회계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장래희망이 정해지자 어떤 학과를 가야 하는지 알게됐고,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가 차례로 정해졌다. 가정형편 문제도 있었지만 집 근처에 유명학원이 없고, 혼자 공부해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학원은 다니지 않았다.

언어는 단순히 문제집만 많이 푸는 것보다 독서를 많이 하면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교생 추천도서를 위주로 책을 골랐고 1~2주에 1권씩 읽었다. 소설은 '태백산맥', '엄마의 말뚝' 등을, 비문학은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을 읽었다. 비문학 위주로 읽었고, 장차 경제전문가가 될 것을 대비해 주로 경제분야 책을 봤다.

수학은 기본이 탄탄해야 한다고 보고 교과서를 펼치고 기본개념을 정립했다. 교과서를 충분히 소화했다면 인터넷 강의로 심화학습을 했다. 개념을 이해한 상태에서 문제를 푸는 게 효과적이기 때문에 매일 영어단어 외우듯 하루에 1시간 이상씩 반드시 수학을 공부했다.

중학교 3학년까지 영어 발음 기호 조차 제대로 몰랐던 하군은 그동안의 문법 공식 암기 위주의 영어공부방식을 확 바꿨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Grammar In Use'라는 책을 알게 됐고, 이 책에 나오는 자주 쓰이는 문법예문 및 회화어구 등을 통째로 외웠다. '신데렐라', '라푼젤' 등 비교적 쉬운 내용의 동화 원서도 함께 봤다. 쉬는 시간에는 '문명', '마이트앤 매직' 등으로 게임 속 영어를 공부했다. 영어를 재미있게 공부해서인지 영어점수는 부쩍 올랐고 지난해 치른 토익시험에서 980점을 받기도 했다.

스트레스 받는 것을 두려워 말아야

하군도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곧바로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 특히 수학은 공부시간을 계속 늘렸지만 성적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100점 만점에 30점을 받을 때도 있었다. 이 때문에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안 오를 것이란 걱정에 사로잡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

스트레스를 받아 짜증이 깊어지면 아무리 공부를 해봤자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그는 '스트레스 받으며 공부하는 것은 수험생의 의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스트레스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사람이 커가면서 사춘기를 거치듯 공부도 어느 정도 고통을 겪어야 성숙해진다고 생각했다. 스트레스 원인을 분석하고 받아들이면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해도 스트레스는 생겨나지 않았다.

하군은 공부에 어려움을 겪을 때 주위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친구들의 따뜻한 격려도 공부에 집중하는 데 큰 힘이 됐다.

하군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기 학교, 자기 반에만 머물지 말고 전국 각지의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하고 무엇을 하는지 눈여겨 보면서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난 안돼'라고만 하지 말고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명선군이 본 주요과목별 교재

국어 각종 필독도서(유명대학 선정도서 목록), 역대수능기출문제집(자이스토리), EBS수능특강

영어 Grammar In Use(케임브리지대학 출판사), Reading Expert(능률교육), 해커스토익

수학 역대수능기출문제집(자이스토리), 풍산자(지학사)

사회탐구 1등급 사탐(단단북스), 역대수능기출문제집(자이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