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2일 이틀간 서울에서 세계 각국 정상급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2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가 열렸다. 이번 회의의 핵심 주제는 '국가개혁을 위한 지도자의 역할과 한국이 당면한 과제'였다. 각국 지도자들은 오는 25일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규제 개혁과 혁신, 교육을 통한 인재 육성을 강조했다.

뉴질랜드의 최초 여성 총리로 '작은 정부' 개혁을 주도했던 제니 시플리 전 총리는 "효율이 떨어지는 공공 부문을 줄이고 민간 부문 참여를 확대한 것이 중요하다"면서 "뉴질랜드는 25년에 걸친 꾸준한 개혁으로 성공했다"고 했다. "정치인은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어려운 시기에 어려운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폴 키팅 전 호주 총리는 "한국은 더 이상 저소득 국가와 경쟁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실질임금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그러려면 금융·노동시장 규제 완화와 함께 질 높은 교육으로 국제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키워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에스코 아호 전 핀란드 총리도 "경쟁력 있는 상위 국가로 도약하려면 모방이 아닌 혁신을 해야 한다"며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스티븐 그린 HSBC그룹 회장은 한국이 금융허브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국제적' 면모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이번 회의에서 각국 지도자들은 국제사회에서 아시아지역의 발언권과 영향력이 커져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고촉통 싱가포르 선임장관은 기조 강연에서 "아시아의 경제적 부상(浮上)에 걸맞게 서구국가 중심의 기존 국제 질서를 재편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IMF와 세계은행 등 미국과 유럽이 장악하고 있는 국제기구들도 더 많은 아시아 국가들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300여년 간 대서양에 머물러 있던 국제 질서의 무게중심이 인도양과 태평양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했고, 키팅 전 총리도 "중국과 인도를 포함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는 새 정부에 국내적 개혁 과제와 함께 일본·중국·인도가 이끌어가는 '아시아의 시대'에 한국의 위상(位相)과 역할을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 하는 과제를 던져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