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드라마는 사실과 얼마간 다를 수가 있겠지만 그 시대가 지닌 시대정신은 왜곡되면 안된다."

원로 극작가 신봉승씨가 인기 사극 '대왕세종'(KBS)과 '이산'(MBC)를 강하게 질타했다.

신씨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띄운 글을 통해 "역사 드라마가 막 가고 있다. 역사 드라마가 사실과 똑같을 필요는 없지만 보는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터득하려는 마음이 작용하게 된다. 역사 드라마가 사실과 얼마간 다를 수는 있지만 시대정신만큼은 달라서는 안된다"며 두 드라마의 역사 왜곡과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난했다.

'대왕세종'의 경우 태종시대의 시대적 정신과 너무나 이탈되게 그려지고 있다고. 다음 시대의 장애물이 될 위험한 자는 가려서 그가 어떤 자일지라도 가차없이 버렸던 태종이기에 자신의 뒤를 이은 어린 세종에게 "천하의 모든 악명은 내가 짊어지고 갈 것이니 주상은 성군의 이름을 만세에 남기도록 하라는 명언을 남길 수가 있었다"고. 그러나 드라마는 태종시대가 함축하는 이 시대정신을 잃지 못하고 태종을 너무 한가하게 그리고 있다며 꼬집었다. 양녕대군이 큰 아버지(정종)가 총애하는 기녀에게 아우들이 지켜보는 백주대낮에 수작을 거는 장면 등 역사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에피소드들도 다양하게 거론했다.

'이산'에 대해서도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정순왕후가 사복을 입고 궐 밖으로 나와 조정중신들을 몽땅 불러모으는 사가가 누구의 집이냐고 준엄하게 꾸짖으면서 중전의 입에서 "주상과 세손 중에서 한 사람을 죽여야 할 것"이라고 막말을 히는 장면 등은 픽션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맹비난했다.

"역사 드라마는 국민 모두에게 국사 정신을 심어주는데 이바지 해야한다. 바로 이 점이 역사소설이나 역사 드라마를 쓰는 작가들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책무"라는 게 '조선왕조 500년'을 쓴 신씨의 지론. "설혹 시청률이 높았더라도 작품이 시청자들의 역사 인식에 해악을 주었다면 작가나 PD는 큰 죄를 짓게 되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