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의 심장'을 여성들이 접수했다.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센터의 심장병진단 및 치료 핵심 분야를 모두 여의사들이 맡고 있는 것. 심장혈관외과 이삭(35) 교수, 심장마취과 곽영란(44) 교수, 심장내과 심지영(33) 교수, 소아심장과 유병원(35) 교수, 의료영상으로 심장병을 진단하는 영상의학과 김영진(34) 교수 등 5인의 여성 '뉴하트'들이 그 주인공이다. 의료계 내에서도 유난히 위계질서가 강하고 보수적이라는 평을 받는 심장의학계에서 한 병원의 각 분야가 모두 여성들로 채워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삭 교수는 "증세가 변화무쌍한 심장병은 순간의 판단력과 처치가 매우 중요하다"며 "꼼꼼하고 손이 빠른 여자가 유리할 것 같아 흉부외과를 택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 달에 4~5번은 야간에 응급 수술을 위해 병원에 불려 나온다.

맏언니 격인 곽영란 교수는 "수술 중 심장을 1시간에서 길게는 3시간까지 완전히 멈추게 한 다음에 다시 살려내야 하는 박진감 있는 일이 좋아 마취의학의 꽃인 심장마취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3일 동안 3번의 수술을 받은 중증 심장병 환자를 48시간의 마취 끝에 살려낸 기록을 갖고 있다.

심지영 교수의 특기는 심장초음파. 그는 "청진(聽診)을 위해 가슴을 드러내야 할 일이 많은 여성 환자들은 여의사를 더 편하게 대한다"고 했다.

선천성 심장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유병원 교수는 "환자의 부모들은 대개 산전(産前)에 태아에게 심장 기형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출산을 선택을 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아이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면서 "엄마로서 육아 경험을 한 것이 소아 환자 부모를 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의과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김영진 교수는 "요즘은 테크놀로지가 발달해서 CT나 MRI로 심장병을 진단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남들은 심장 영상이 징그럽다고 하는데 난 귀엽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매주 금요일 한자리에 모여 심장병 환자 케이스를 놓고 토론을 하고 치료방침도 정한다. 심장병 진단·치료·관리 등이 각각 전문화돼 있는 요즘 병원 시스템에서 이들은 서로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이이다 보니 협진(協診)이 잘 된다고. "중환자를 장시간 돌보거나 서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체력이 달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환자를 들어서 옮길 때 힘 잘 쓰는 우리가 꼭 필요하다(웃음)"며 "여의사라고 해서 야간 당직을 하거나 응급 수술을 하는 데 예외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