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트태권브이(대표이사 신철)는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작비 200억 원을 들여 김청기 감독의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V'를 SF 블록버스터 영화로 제작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조선닷컴 1월 30일 보도

한국에서 '로보트 태권V' 영화화가 진행되는 요즘,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기구의 과학 포털에는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機動戰士ガンダム)'에 등장하는 로봇 '건담(ガンダム)'을 실제로 만들면 비용이 얼마나 될지 추산한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해 11월 일본 방위성 주최 심포지엄에서는 '건담'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전시 작품이 발표되기도 했다.

한국의 '로보트 태권V'는 국내 유일의 히트 로봇 만화이기 때문에 주목을 받는 것이지만, 로봇 만화 천국인 일본에서 왜 하필 건담이 주목을 받는 것일까.

일본에서 건담이 정부 차원의 재평가를 받는 까닭은 건담이 '로봇을 군사 무기로 쓸 때의 가상 현실성'을 강조한 최초의 로봇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이다. 건담 시리즈의 첫 작품 '기동전사 건담'은 1979년 방송됐다. 건담 이전의 로봇 만화에서 로봇은 거의 무적(無敵)의 존재로, 조종사는 영웅적 존재로 그려졌다. 하지만 건담에서 로봇은 군에 의해 개발된 무기이고, 우주 전함 탑승원은 계급을 가진 군인이다. 또, 로봇에는 마치 무기처럼 상세한 제원(諸元)이 설정돼 있다. 군복이나 무기 디자인에도 제2차 세계대전의 독일군을 참조해 현실성을 강조했다.

물론 최근 극장에서 개봉한 '에반게리온 서(序)'와 같은 작품에 비교하면 건담에 나온 현실성은 투박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일본 만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건담은 소위 '리얼 로봇'이라는 흐름의 시조로 추앙받는다. 로봇을 무기로 사용하는 상황을 현실적으로 시도한 첫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성' 때문에 건담은 다른 로봇에 비해 '실제 만들 수 있는 로봇'이란 오해(?)를 샀고, 이것이 지금 일본의 로봇 제작에 건담이란 이름이 따라붙는 이유다.

건담이 처음 등장한 지 30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다는 점도 건담 재평가의 원인이다. 어린 시절 건담을 즐긴 세대가 경력과 경제력을 갖춘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건담이 인기를 끌던 1980년대 건담을 보고 즐기던 1960~70년대생들이 이제 정부와 기업에서 기획을 추진하는 자리에 오른 것이다. 한국에서 태권V가 인기를 끄는 이유와 흡사하다. 사회의 중심이 된 이들이 자신에게 친숙한 건담과 태권V에 관련된 기획을 추진하는 것이다.

왜 '마징가 Z'가 아니라 건담인지 역시 세대적인 배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일본에서 마징가에 대한 회고는 이미 지나간 유행이다. 마징가는 1990년대 게임 '슈퍼 로봇 대전'이나 완구 '초합금 혼' 등을 통해 인기를 모았다. 일본은 이미 마징가를 지나 건담으로 회고의 대상을 옮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