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아 소이 렉 보건장관

말레이시아 보건장관이 자신이 등장한 섹스DVD가 대량 유포돼 정가에 파문을 일으키자 장관직 등 공직에서 2일 전격 사퇴했다.

사건의 장본인은 말레이시아 최대 중국계 정당인 말레이시아·중국 협회(MCA) 부총재를 겸해온 추아 소이 렉(蔡細歷·61) 보건장관. 정치 경력 26년째로 중국계 정치인 중 최고 거물이다.

그는 1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폐쇄회로TV에 찍힌 섹스 DVD에 등장하는 남자가 나”라며 “압둘라 총리와 당 간부들을 만나 용서를 구했고 가족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뒤인 2일 오후 “압둘라 총리에게 사퇴서를 제출했고 장관직과 국회의원 및 MCA 부총재 등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국민이 나의 고백을 용서해 주리라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말부터 그의 지역구인 남부 조호르주의 주택가와 사무실 등에 유포된 DVD는 2개. 각각 56분과 44분짜리로, 60대 남자가 20대 또는 30대로 보이는 한 여성과 호텔 스위트룸에서 벌이는 다양한 성(性)행위 장면을 담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그의 (사퇴) 결정은 섹스 DVD스캔들이 가족 중시와 종교적 가치 옹호를 내세워온 집권 여당에 정치적 타격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분석한다. 정치 전문가들은 그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오는 3월 총선 실시로 정치적 기반을 다지려는 압둘라 총리가 이번 추문과 최근 터져 나온 인종차별 항의시위 등을 감안, 총선을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