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자동차는 내년 1월 9일부터 뉴델리에서 열리는 '뉴델리 오토 엑스포 2008'에서 10만 루피(약 237만원)짜리 국민차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연합뉴스 12월 20일 보도

200만원짜리 자동차가 가능할까?

이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은 "인도 같은 저임금(低賃金) 국가에서는 가능할 것"이라는 쪽과 "자동차처럼 안전·환경 기준이 엄격한 제품을 200만원대에 만든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크게 나뉘고 있다.

10만 루피 자동차는 인도에 ‘원랙카(1lakh car)’라고 불리는 것으로, 개념 자체는 이미 5~6년 전에 나왔던 것이다. 인도에서 ‘랙’은 10만이라는 뜻. 따라서 ‘원랙카’는 10만 루피대 차량을 의미한다.

◆설계부터 신개념

온전한 형태를 갖춘 차를 10만 루피에 만드는 것은 저임금 노동력과 낮은 물가수준을 갖춘 인도로서도 절대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게 자동차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자동차 제조원가의 70%는 재료비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생산에서 임금의 비중은 1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타타자동차가 지닌 비용 면의 장점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올해 초 현대차의 남양 종합기술연구소에서는 저가차(低價車)의 시초이자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저가차로 평가받는 프랑스 르노의 5000달러(약 470만원)짜리 차 '로간(Logan)'을 뜯어보고 깜짝 놀랐다. 현대차 엔지니어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싸구려 부품'과 '초(超)간단 기술'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한 고위임원은 로간에 대해 “부품은 말할 것도 없고, 현대차가 1970년대 포니에서 사용했던 매우 단순한 기술을,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21세기 신차에 사용하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현대차로 이런 저가차에 당장 맞서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설계 단계부터 모든 요소를 새로 짜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타타자동차가 로간의 절반도 안 되는 값의 초(超)저가차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은 소재, 부품, 제조기술, 고정·물류비용, 임금 등 차량 제작에 관련된 모든 비용요소를 혁신적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타타가 지난 10년간 승합차·버스·트럭 분야에서 쌓아온 비용절감 노하우를 쏟아 부은 결정체가 이번 200만원짜리 저가차라는 것이다.

◆0.6ℓ 배기량에 4인승 4도어 될 듯

타타자동차는 내년 1월 '오토 엑스포'에 공개할 차량에 대한 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차는 무단변속기(CVT)와 수동변속기를 탑재한 2가지 모델로, 0.6ℓ급 엔진을 차량 뒤쪽에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무게는 약 600㎏으로 추정된다. GM대우의 마티즈 무게가 800~900㎏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가벼운 수준이다. 연비는 ℓ당 25㎞ 수준이다. 타타에 따르면, 엔진 성능은 현재 인도에서 가장 잘 팔리는 500만원대 소형차인 마루티자동차의 '마루티 800'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마루티 800의 값은 약 520만원 선으로, 타타자동차가 내놓을 예정인 저가차의 2배가 약간 넘는다.

또 타타의 저가차는 180㎝ 키의 건장한 남성이 운전하고 충분히 활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됐으며, 무게를 줄이기 위해 차량을 연결하는 볼트와 너트의 수를 크게 줄였고 플라스틱 소재를 대폭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인승에 문도 4개가 달려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한 섀시(차의 기본 뼈대) 개발 담당자는 “플라스틱 자동차의 경우 과거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시도했다가 비용 면에서 이점이 별로 없어 포기했던 사례가 있다”며 “타타의 경우 차량의 골격은 금속 소재를 사용하고 그 외 부분에 값싼 플라스틱을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종 판단은 양산차 나와봐야

타타는 유럽에서 2001년부터 적용한 배기가스 기준인 ‘유로3’를 충족하는 저가차를 먼저 생산하고, 이후엔 기준을 강화해 선진국 수준인 ‘유로4’ 기준을 적용한 차량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전문가들은 선진국 수준의 환경·안전기준을 충족하면서 일반 소형차 크기의 저가차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단 제대로 된 자동차인지도 양산차가 나오는 것을 보고 나서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김철묵 연구위원은 “현재 인도는 지역에 따라 유로2에서 유로3 정도의 배기가스 규제를 하고 있는데, 타타의 200만원대 차가 이 정도의 환경규제 기준이라도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충돌 안전성 역시 선진국 기준으로 따지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제작단가를 낮추는 과정에서 안전도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머리지지대를 분리형이 아니라 일체형으로 쓰고, 도어·시트 등 차량에 연결된 대형 부품의 구조를 단순화시키고, 대시보드에 탄력이 있는 고급 플라스틱 대신에 딱딱한 저가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이 총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차량의 기본적인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웨스트벵갈주(州) 싱푸르에 위치한 타타의 저가차 공장은 지난여름 몬순 폭우 등으로 인해 생산 일정이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내년 하반기쯤에나 양산차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일단 타타의 200만원대 초저가차로 인해 현지 자동차회사들의 가격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타타에 이어 르노도 이미 저가차를 투입 중이며, 현대차 폭스바겐 도요타 등도 저가차 투입을 준비 중이다. 타타가 내년에 내놓을 200만원대 저가차가 인도뿐만 아니라 세계 자동차산업의 질서에 일대 변혁을 일으킨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최후의 승자가 타타가 될지 아니면 다른 선진 자동차회사들이 될지를 판단하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