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당선 후 첫 주말을 맞은 이명박(李明博) 대통령 당선자는 최근 자신이 거처를 옮긴 청와대 안가(安家)로 지인들을 초청, 테니스를 쳤다.

(본지 12월 24일자 보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21일 부인 김윤옥씨와 함께 서울 삼청동의 안가(안전가옥)로 거처를 옮겼다. 경호 문제 때문이었다. 이 당선자가 전세로 살던 가회동 한옥은 골목이 좁아 경호 차량이 드나들기 어려워 안전과 보안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당선자는 관련 규정에 따라 본인이 원할 경우 안전가옥을 사용할 수 있다.

안가는 국가기관이나 특수 정보기관 등이 비밀 유지 등을 위해 이용하는 집을 뜻한다. 현재 청와대 소유의 안가는 전두환 전 대통령 때 마련한 삼청동 안가만이 남아 있다. 안가는 12채가 있었으나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나머지를 모두 없앴다.

◆안가는 어떤 곳?

'삼청동 안가'는 대통령직 인수위 사무실이 마련된 삼청동 금융연수원 맞은편에 있다. 1차적으로 외곽 경비는 수방사에서 담당하며, 관리책임은 경호실이 맡고 있다. 청와대 안에서 곧바로 안가로 이동할 수 있는 내부도로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 앞에 마당이 있고, 그 아래쪽에 테니스 코트 2면이 있다. 이 당선자가 당선 직후 지인들과 테니스를 즐겼던 곳이다.

안가는 방탄벽과 방탄유리, 도청 방지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지난 97년 김대중 당시 당선자의 입주를 앞두고 창문을 방탄유리로 교체했으며, 주방 쪽에는 박격포탄의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방탄벽을 설치했다. CC TV로 24시간 외부인의 접근을 감시하는 것은 물론이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장을 지냈던 신계륜 전 국회의원은 "200㎡(약 60평) 정도 크기의 미니 2층집"이라며 "궁정동에 있다가 철거된 안가처럼 호화시설은 없고 그저 약간 큰 가정집 분위기"라고 말했다. 방이 4개 있으며 응접실은 조금 넓어 10여명이 함께 회의를 할 수 있는 정도다. 별다른 장식이 없어서 좀 썰렁하다는 느낌도 받았다는 것. 10여 차례 안가를 드나들었다는 그는 "갈 때마다 일하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아서 '언제 와서 일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안성이 뛰어난 곳이었다"며 "주방이 있기는 했지만 주로 인근에서 치킨이나 설렁탕을 시켜다 먹으며 일했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삼청동 안가에서 초대 각료 인선 등 주요 업무를 처리했다. 인수위 사무실에는 기자들이나 외부 인사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보안에 문제가 있었던 까닭이라는 설명이다. 당시 윤영관 외교통일안보분과 간사를 중심으로 '삼청동 안가'의 대북 태스크포스(TF)팀이 노무현 당선자를 보좌했다.

◆안가의 역사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진 안가는 1993년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사라졌다. 앞서 군사정권과 문민정부의 차별화를 위한 이벤트의 성격이 강했다. 취임 직후 안가를 둘러본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한마디로 여자들하고 노는 집"이라고 말했다.

안가는 청와대 인근의 궁정동 삼청동 청운동 등에 모두 12개가 있었다. 면적이 총 3만6000여㎡ 정도였다. 궁정동에 6개 동(1만2000㎡), 청운동에 3개 동(4000㎡), 삼청동에 3개 동(2만㎡)이 있었다. 이 밖에 구기동과 한남동에도 안가가 있었다는 말도 있다.

안가가 세상에 제대로 공개된 것은 지난 1993년 철거 직전이었다. 궁정동 안가의 영빈관, 한국관 등 두 곳이 공개됐던 것. 이탈리아제 소파, 대형 샹들리에, 최고급 양탄자 등 화려한 장식으로 화제가 됐다. 영빈관 1층에는 5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온돌방이 있었고, 2층에는 고급 침대가 자리한 침실이 있었다. 방 안에는 국내 주요 기관과 해외로 연결이 가능한 핫라인 전화가 설치돼 있었다.

궁정동 안가는 1993년 철거됐고, 그 자리는 ‘무궁화 동산’으로 바뀌었다. 궁정동이라는 지명에 따라 우물을 상징하는 기념물이 들어섰다.

이명박 당선자가 사용하는 삼청동 안가는 전두환 정권 때 생겼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이 벌어진 궁정동 안가가 흉흉하다며 삼청동에 안가를 새로 마련한 것. 일반 가정집을 사들여 내부만 고친 것으로 알려졌다. 삼청동에 있던 안가 3개 가운데 2개는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으로 바뀌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당선 한 달여 뒤에 삼청동 안가로 이사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식까지 상도동 집에 머물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일산 집과 안전가옥을 함께 사용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전까지 명륜동 자택에 살았으며, 안가를 정권 인수업무를 위한 '업무용'으로만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