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Bush) 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주한 미·일·중국 대사들과의 연쇄 면담 등을 통해 드러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외교관(外交觀)은 노무현 정부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무엇이 어떻게 다르고, 앞으로 어떤 외교를 펼칠 것인가. 일단 외교의 중심축 자체가 크게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 균형자론 실패 인식

이 당선자는 현 정부의 외교정책을 직접 비판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가 내놓은 "북핵 폐기 등을 위해 한국, 미국, 일본 3자의 협력이 매우 중요" "일본과 강력히 협력" 등의 발언은 현 정부와 확실히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후보 시절부터 "반미(反美)면 어때"로 시작했던 노 대통령은 "미국과 달라야 할 것은 달라야 한다"(당선자 시절 한국노총 간담회) "미국 엉덩이 뒤에 숨어서 '형님만 믿겠다'고 하는 게 자주 국가의 안보의식일 수 있나"(2006년 11월 민주평통 연설) 등으로 미국에 대해 유독 '자주'를 강조해 왔다. 노 대통령의 측근은 한발 더 나아가 "언제까지 한·미·일 남방 3각동맹의 틀에 갇혀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전통적인 한·미·일 협력 체제를 느슨하게 하고 '동북아 균형자'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을 공공연히 주장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서도 “일본과 각박한 외교전쟁도 있을 수 있다”(2005년 3월)고 하는 등 일본의 교과서 왜곡, 신사참배 등이 있을 때 ‘비외교적’ 언어를 동원해 비판했다. “독도·과거사 문제 등 단기 해결이 힘든 문제에 대해 ‘관리’를 하기보다는 감정적 과잉대응을 해 회복하기 힘든 단계로까지 관계가 악화됐다”(이원덕 국민대교수)는 평가는 이래서 나왔다.

◆미·일과 자주 회담 예상

이 당선자는 후보 때 발표한 ‘MB독트린’에서 ▲전통적 우호관계를 바탕으로 한 한·미동맹과 함께 ▲아시아 외교 확대를 강조했다. 이 당선자가 부시 대통령의 “이른 시간 내 방미 요청”에 “그러겠다”고 답한 것이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셔틀(shuttle·왕복) 정상외교’를 강조한 것 등은 바로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 중심축이 상당히 이동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백진현 서울대 교수는 “한·미·일 관계에서 신뢰가 무너진 상태이기 때문에, 이 당선자는 사소한 정책에서 의견 일치를 이끌어내기보다 잦은 접촉을 통해 근본적인 신뢰 회복에 힘쓰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이 당선자가 지난 5년간의 외교정책 기조를 전면 부정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 당선자의 외교정책 입안에 관여한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한·미·일의 견고한 중심축에 중·러 관계의 긍정적 측면을 유지·발전해 나가는 포지티브적 4강 외교가 근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명박 외교’와 ‘노무현 외교’는 참모들부터도 다르다. 노 대통령이 국내적 관점을 중시하는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을 중용한 것과 달리 이 당선자의 외교 브레인들은 고려대 현인택·남성욱 교수 등 한·미관계 중시파들로 구성됐다는 점도 앞으로 이명박 외교를 예상하는 하나의 잣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