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앞바다 유조선 충돌사고의 원인을 둘러싸고 항만당국과 사고 부선(艀船·바지선)의 예인선 간 무선교신이 안 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대산해양수산청과 삼성중공업측 책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태안해양경찰서는 9일 삼성중공업과 대산해양수산청 관계자 10명을 상대로 해상크레인 부선의 예인선 ‘삼성 T-5’와 항만당국 간 교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대산해양수산청은 “유조선이 인근에 있다는 위험을 알리기 위해 예인선을 두 차례 호출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해경에서 주장했다. 반면 삼성중공업측은 “무선교신 실패 이유가 예인선이 무선주파수 12번 채널을 썼고 관제센터는 16번 채널로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라고 맞서고 있다. 보통 선박들은 비상호출응답 채널로 VHF 통신채널 16을 상시 켜놓게 돼 있으며, 항만 인근에서 이 채널을 통한 항만당국의 호출에 선박이 응답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물린다는 게 해양수산부 설명이다. 해경은 또 이번 사고의 핵심 원인인 예인선과 해상크레인 부선을 잇는 와이어가 왜 끊어졌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키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식을 의뢰키로 했다.

이번 사고에 삼성측 잘못이 있다는 논란이 일자, 삼성그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 그룹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비자금 수사를 받는 상황이어서 삼성 관계자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일요일인 9일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이 피해 현장에서 상황 파악에 나선 것을 비롯, 중공업 주요 경영진이 서울 서초동 본사나 피해 현장에서 복구 지원 등으로 긴박한 하루를 보냈다. 회사 관계자는 “필수 근무요원과 출장자 등을 제외하고 사실상 동원 가능한 전 인력을 피해 현장에 급파해 복구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며 “사고 발생 때부터 24시간 비상 대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공업측은 “피해 복구가 우선이고, 이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사고를 일으킨 예인선과 부선, 유조선 모두 충분한 보험에 가입돼 있어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는 데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 삼성중공업은 “사고 원인에 대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우리측 책임에 대해 결코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