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원유 해양 유출사고로 기름띠가 예상보다 빨리 태안해안국립공원 등 인근 해안으로 번지면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와 해경은 방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유출량이 워낙 많아 오염지역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9일 해양수산부, 태안해경, 충남도 등에 따르면 오후 9시 현재 태안군 이원·원북·소원·근흥면 일대 해안 150㎞에 유막(油膜)이 형성돼 있으며, 만리포 등 10여 개 해수욕장이 기름으로 뒤덮였다. 또 굴·바지락·전복 등을 키우는 태안군 내 전체 양식어장 445곳 5647㏊ 중 170여 곳 2108㏊(37%)가 오염됐다고 충남도는 집계했다. 충남도는 1~2일 안에 피해가 전체 어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피해가 대규모로 확산되자, 정부는 지난 8일 충남 태안·서산·보령·서천·홍성·당진 등 6개 시·군 지역에 ‘재난사태’를 선포, 신속하게 인력·장비·물자를 동원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복구를 위한 국고지원, 피해보상 등을 목적으로 취해지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아직 하지 않았지만 충남도는 이를 선포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와 관련, 한덕수 국무총리는 9일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긴급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어민 피해에 대해 응분의 보상이 이뤄지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3일째 방제작업 중인 해경은 선박 105척과 헬기 5대, 군·경 및 민간인 등 인력 7200명을 동원해 폐유 수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해역이 워낙 넓은 데다 심한 바람과 조류의 영향으로 9일 하루 충남 최대의 양식 밀집지대인 가로림만 초입까지 번지는 등 오염지역이 계속 확산되고 있고 장비마저 부족, 방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이번 사고로 바다에 유출된 기름은 1만500㎘(추정)에 이르지만 지난 3일간의 방제작업을 통해 회수한 폐유 등은 30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경은 9일 오전 7시30분쯤 ‘허베이 스피리트호’ 원유 탱크의 파손 부위를 응급 폐쇄, 원유의 해양 유출은 48시간 만에 멈췄다.

최민호 충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유출량이 많고 오염 면적이 넓어 복구에 몇 달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대대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7일 오전 7시15분쯤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 5마일 해상에서 정박 중이던 홍콩 선적 14만6000t급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에 해상 크레인을 적재한 1만1800t급 삼성중공업 소속 ‘삼성1호’ 부선(艀船·바지선)이 충돌하면서 유조선 왼쪽 오일탱크 3곳에 직경 30㎝에서 2m 크기의 구멍이 나 적재한 26만3000㎘ 가운데 1만500㎘(추정)의 원유가 바다로 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