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8일 검찰의 ‘삼성 비자금 의혹’사건의 수사 폭과 관련,“구체적인 수사의 범위와 수준은 검찰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천호선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법무부는 2중,3중의 수사가 되지 않도록 배려해 달라 ”고 발언한 의미에 해대 “필요한 부분에 대한 수사를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이중 조사, 이중 압수수색 등 과잉수사로 피조사자들이 받을 불이익을 최소화하라는 취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특검의 원활한 수사 진행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 국한해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수남 특별수사·감찰본부(본부장 박한철 검사장) 차장검사는 “검찰 수사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특검법이 제안됐다는 입법취지를 존중할 수 밖에 없다”며 “다만 특검이 수사를 개시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필요한 범위에 국한해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차장검사는 ‘필요한 수사’의 범위에 대해 “다의(多意)적인 의미가 있지만 필요불가결한 수사, 긴급성이 인정되는 수사, 누가 와도 해야 하는 수사 등을 의미한다”고 했다.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 내용에 따라 여러 가지 판단이 나올 수 있다”며 “긴급성이 있는 경우는 해야 할 것”이라고 삼성 압수수색 가능성을 내비쳤다.

◆ 김용철측 “검찰수사 축소 심각한 우려”

김용철 변호사측은 청와대의 입장에 대해 “특별수사 중단의 의지로 보여진다”며 “특검이 실시되더라도 특본의 기존 수사내용을 인계받을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개혁 연대는 “특검이 본격 가동되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검찰의 수사 축소 움직임에 대해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삼성그룹이 이미 문서폐기 등을 통해 증거자료를 은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특검법 통과를 빌미로 검찰이 수사를 늦추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어떤 이유로든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를 제한하는 것은 특검이 구성될 때까지의 공백 동안 삼성이 증거를 인멸하고, 증인을 빼돌릴 시간을 제공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비난했다.

◆ MBC “삼성 증거인멸 시도 의혹”

이와 관련 MBC는 “삼성 그룹이 증거인멸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면서 “컴퓨터 기록 삭제 프로그램을 지급받았다거나 문서파기 지시를 받았다는 등의 내부 증언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삼성이 2주일 전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의 일부 직원들에게 컴퓨터 안에 있는 모든 파일을 완전히 삭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사내 메일에 첨부해 배포했다.

이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삭제 프로그램과 달리 사라진 파일의 흔적까지 찾아내 다른 데이터로 덮어 버리기 때문에 복구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방송은 전했다.

MBC는 “삼성이 회사차원의 대대적인 보안 점검도 실시했다”며 “삼성전자 직원들은 ‘개인 컴퓨터의 비밀번호를 적어 놓고 퇴근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회사측이 컴퓨터를 점검해 문제될 기록을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삼성생명에서는 최근 보안문서들을 모두 없애라는 지시가 내려져, 직원들이 하루 종일 문서 파기에 매달렸다고 방송은 전했다.

삼성측은 그러나 “보안 활동은 상시적인 업무이며, 회사 차원에서 삭제 프로그램을 배포한 사실도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