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진 법무장관이 23일 삼성 비자금 특검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 법사위에서 법안에 대해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삼성 에버랜드 사건은 대법원에 재판이 계류돼 있고, 2002년 대선자금은 재판이 종결됐다는 이유로 특검법안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혹 수준인데 특검수사는 의문’ 주장

정 장관은 “이번 사건은 아직 특검제 도입을 정당화할 정도로 구체적 범죄 혐의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제시되지 않았다”며 “그야말로 ‘의혹’ 수준에서 최고 97명에 이르는 대규모 특검팀이 최장 125일 간 삼성 전 계열사를 상대로 파상적인 수사를 펼치는게 과연 합리적인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현 상태에서 특검제를 도입할 경우 수사대상이 되는 기업과 국가기관의 신뢰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추되고, 국가경제나 국가 신인도에도 심대한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또 “수사하지 말자는 취지가 아니라 일단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도록 하는게 보다 합리적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삼성 특검법이 통과된 후 천영세 민노당, 박세환 한나라당, 선병렬 우윤근 대통합민주신당의원(왼쪽부터) 등 당적이 다른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함께 승강기를 타고 있다.


◆법조계 일부 "특검 명분 약하다"

법조계에서는 정 장관의 특검법 반대 입장 표명에 공감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현재 상태라면 특검을 도입하기엔 명분이 약하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국민적 의혹은 분명 있지만, '떡값 검사'라며 단 3명의 이름만을 밝힌 상황에서 검찰 전체를 매도하면서 수사를 못하게 하고 특검에 수사를 맡기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를 밝혔다. 한 변호사는 "수사 범위가 너무 광범위한 데다 이미 수사 중인 사건도 있고, 거기에 수사기간도 굉장히 짧다"며 "결국 (특검 도입이) 정치권이 부패 옹호라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 정치적 의미로 한 것이지, 실질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