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의 임채진(林采珍)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삼성비자금 의혹 사건이 핵심 쟁점이었다. 청문위원들은 임 내정자가 삼성의 ‘떡값 검사’ 명단에 들어있는 점을 들어 사퇴를 촉구했고, ‘골프 로비’ 의혹도 제기됐다.

◆사퇴 요구 봇물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이 "사제단의 (떡값) 발표가 사실이 아니라고 맹세할 수 있느냐"고 묻자, 임 후보자는 "청탁이나 금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사퇴하라"는 한나라당 김명주 박세환, 대통합민주신당 이상민 김동철, 민주당 조순형 의원의 요구에 임 후보자는 "근거 없는 주장에 사퇴한다면 조직 전체와 국가발전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맞섰다. 조순형 의원은 특히 "삼성비자금 특검이 발동되면 임 후보자는 수사를 받아야 하는데, 검찰총장이 수사받는 선례를 만들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임 후보자는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이 배당된) 서울지검에서 법과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 로비’의혹도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삼성이 운영하는 경기도 안양의 골프장에 (임 후보자의 삼성 내 ‘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우희 전 에스원 사장, 장충기 삼성부사장과 함께 자주 골프를 쳤다는 제보가 있다”고 하자, 임 후보자는 오전 청문회 때는 세 번이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다 오후에 속개된 청문회에서 “이 전 사장과 같은 조에서 공을 친 기억이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두세 팀이 단체로 라운딩할 때 이 전 사장과 함께한 적은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었다.

한편 이 전 사장과 장 부사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임 후보자와) 골프를 친 적이 없다”면서 안양 베네스트 골프장에는 잘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골프장 관계자들은 “임 후보자를 본 적은 없지만, 두 사람은 자주 온다”고 말했다.

◆“주식 차액 어디 갔나”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주식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주 의원은 “이우희씨가 에스원 사장일 때 임 후보자가 에스원 주식 450주를 취득했는데, 살 때 가격과 3년 뒤 팔 때 가격 모두를 807만 여원으로 신고했다”며 “주가가 상당히 올랐을 텐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임 내정자는 “기억이 안 나지만, 집사람이 여러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고 판 사실은 최근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알았다”고 말했다. 대검은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실제 매도액을 비고란에 충실히 기재했고, 매매과정에 아무런 특혜 의혹은 없다”고 밝혔다.

◆각종 음모론도 난무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떡값 검사' 명단이 왜 대선을 앞두고, 또 임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발표됐는지 궁금하다"며 "시중에는 BBK 수사와 관련해 (여권에서) 검찰에 압박을 주려고 한다는 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임 후보자는 "한 점 의혹과 논란이 없도록 수사하고,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당 김종률 의원은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김경준 소환 시기를 알고 있을 정도로 검찰 내에 특정 정당과 내통한 자가 있다"며 "철저한 보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