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미시경제학 분야 중 게임이론을 전공한 3명의 공동 수상으로 결정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15일 레오니트 후르비치(Leonid Hurwicz·90) 미네소타 대학 교수와 에릭 매스킨(Erics S. Maskin·56) 프린스턴대 고등연구소 교수, 로저 마이어슨(Roger B. Myerson·56) 시카고대 교수 등 미국 경제학자 3인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고 발표했다.

과학원은 “이들이 경제학 분야 가운데 제도설계(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의 기초를 수립했다”면서 “제도설계 이론은 오늘날 경제학과 정치학의 많은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고 수상 배경을 밝혔다.

제도설계 이론은 게임이론을 한층 발전시킨 것으로, 정부 정책을 입안하거나 제도를 개혁할 때 이해당사자간 이해 관계 충돌로 실행이 어려울 경우, 어떻게 제도를 설계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이론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선거제도·조세정책 등에 폭넓게 응용

매스킨 교수의 하바드대 교수 시절 제자인 한순구 연세대 교수는 방폐장(중저준위방사성핵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 문제를 들어 이 이론을 설명했다. 즉 당초 방폐장 후보지로 선정된 부안이 강력히 반대했으나, 나중에 부지 선정을 경매 방식으로 바꾸자 오히려 서로 방폐장을 유치하러 경주와 군산 등 지역 간에 경합이 붙었다는 것이다. 제도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후르비치 교수의 수업을 들었던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예를 들어 조세정책을 짤 때 국민들이 소득을 속이지 않고 자발적으로 신고할 수 있는 합리적인 조세 체계를 수립하거나, 거짓 보험사고 등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를 방지하면서도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보험 정책을 수립하는 등 광범위한 분야에 제도설계이론이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매스킨 교수는 최근 기후 문제 등 국제 환경 규제에 이 이론을 적용했으며, 마이어슨 교수는 민의(民意)를 효과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선거제도 설계에 응용했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최연장자로 기록된 후르비치 교수는 러시아 모스크바 태생으로 1938년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매스킨 교수는 2009년 연세대 명예석좌교수로 방한, 가을학기 동안 학부와 대학원에서 각각 1과목씩을 강의할 예정이다.

세 경제학자는 1000만 스웨덴 크로네(약 14억원)의 상금을 나눠 받게된다.